◈'꿩 대신 닭' 최순실 대신 김기춘
시종일관 몸 낮추고 민감사안 피해
대통령 의료진료 "관저내 일 몰라"
◈"모른다… 말 못한다' 일관
김 前실장, 집중포화에 묵비권 방어
김종 "말씀 드릴 수 없다" 답변회피
◈'배째라'에 속수무책
崔 공황장애·우병우는 사유서 없이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 현실로
'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7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대표이사, 최순실씨의 조카 장시호씨 등을 증인으로 채택해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2차 청문회를 개최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에 관한 집중 질의가 이어졌으며, 모든 사건의 구심점이자 핵심 인물인 최씨는 국조특위 차원의 동행명령 발부 조치에도 끝내 청문회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 '꿩 대신 닭' 최순실 대신 김기춘
= 이날 특위 위원들의 상당수 질문이 김 전 실장을 향했다. 그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특위 위원들의 거듭되는 추궁에도 최씨를 알지 못한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시종일관 자세를 낮추고 민감한 질문을 피해갔다.
그는 '세월호 7시간' 관련 박 대통령의 행적을 묻는 더불어민주당 안민석(오산) 의원의 질문에 "대통령이 청와대에 있었다는 것만 알고 있다"고 답했다. 대통령이 의료 진료를 받은 것이냐는 질문에도 "청와대 관저 내의 일은 알지 못한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당시 같은 긴박한 상황에서는 대면보고를 했어야 했다는 민주당 김한정(남양주을) 의원의 질타에 대해서도 "아쉽게 생각한다. 여러 회한이 많다"며 고개를 숙였다.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자신의 질의 시간을 할애해 세월호 참사와 관련, 김 전 실장에게 발언의 기회를 줬다. 이에 김 전 실장은 "대통령을 제대로 보필 못해 오늘날 이런 사태가 된 데 대해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그는 '법률 미꾸라지'라는 민주당 박범계 의원의 비난에도 "내 부덕의 소치"라며 몸을 낮췄다.
■ "모른다. 말 못 한다" 모르쇠 일관
= 청문회에 출석한 대다수의 증인들은 모르쇠로 일관, 사실상 '묵비권 청문회'가 연출됐다. 특위 위원들의 집중포화를 맞은 김 전 실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 최씨와의 관계,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 내용 등에 대해 일체 "모르는 일"이라며 방어벽을 쳤다.
김 전 차관도 모르쇠에 동참했다. 그는 김 전 실장이 정유라씨를 잘 보살펴주라고 했다는 말이 사실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건 이 자리에서 깊게 말씀드릴 수 없다"고 답했으며, 이후 이어진 여러 질문에도 "기억이 잘 안 난다" "개인 프라이버시라 말씀 드릴 수 없다"며 계속해서 답변을 회피했다.
이들의 거듭된 모르쇠 태도에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김 전 실장의 발언 태도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며 "김 전 차관은 검찰 조사에서 얘기해 이미 언론에 다 밝혀진 내용마저도 답변을 안 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 "배 째라"에 속수무책
= 이번 국정농단 사건의 가장 핵심 인물인 최씨는 이날 결국 출석하지 않았다. 국조 특위는 이날 청문회 시작에 앞서 최씨를 비롯해 최순득씨, 장시호씨,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씨,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무수석, 문고리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에게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이후 장씨는 뒤늦게 청문회에 출석했지만, 최씨를 비롯한 나머지 증인들은 모두 출석을 거부했다.
최씨는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이고, 공황장애로 인해 출석이 어렵다는 내용의 사유서를 제출했으며, 또 다른 핵심 증인인 우 전 수석은 사유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
동행명령장은 법원이 발부하는 체포영장과 같은 강제력이 없어 이날 최씨 등이 불출석할 것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결국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는 현실이 됐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최씨의 사유서에는 '공항장애'라고 쓰여 있다"며 "도저히 불출석 사유를 믿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의종·송수은·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