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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해 가결한 9일 오후, 수원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탄핵안 처리를 보도하는 방송화면을 지켜보고 있다. /임열수기자

9일 오후 3시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대한 표결이 시작되자 수원역과 인천시외버스터미널 등지에서는 시민들이 표결상황을 지켜보기 위해 발걸음을 멈추고 TV에 시청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특히, 여의도 국회의사당 주변과 광화문 광장에서도 탄핵표결 시작 전부터 수천 여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모여 들어 스마트폰 등을 통해 탄핵소추안 결과를 실시간으로 검색하기도 했다.

국회 본회의 시작 1시간여만에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는 결과가 발표되자 여의도와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환호성이 넘쳐났고, 박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탄핵소추안 가결에 대해 시민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엄중한 국민들의 목소리에 국회가 회답을 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2살과 5살 자녀를 둔 신명진(33·여) 초등학교 교사는 "이번 사태를 통해 20대때 정치에 무관심했던 나 자신을 많이 반성했다"며 "그동안 세월호도 그저 안타까운 사고일 뿐이고 유가족의 말도 방관했던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광화문의 수많은 촛불을 보며 살아있는 우리 사회 민주주의에 뭉클했고 감동했다"면서 "이번 탄핵 가결을 계기로 정치인이 우리를 우매한 국민이라 치부하는 어리석은 짓을 삼가하도록 지속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가질 것"고 설명했다.

판교테크노밸리 게임회사에 다니는 강보라 (33·여)씨도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고 후세에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남길 수 있게 돼 희망이 느껴진다"면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따라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날이다. 탄핵가결을 계기로 국회에서는 다른 무엇보다 세월호에 숨겨진 진실에 대해 분명히 밝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탄핵안 가결은) 정경유착으로 얼룩진 부정부패와 낡은 체제를 극복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이정민(43·부평구)씨는 "역사상 유례없는 평화로운 집회를 통해서 국민이 스스로 지혜롭게 지금의 탄핵정국으로 온 만큼 정치권이 민생을 최우선시하고 헌법에 입각한 청렴한 정치를 펼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정유라 특혜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던 대학생들도 당연한 결과라는 입장을 보였다.

김민수(24·한국외대 글로벌캠퍼스)씨는 "최순실 게이트와 정유라 특혜를 보면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청년으로 좌절했었다"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경재(25·인하대 언론정보학과 4)씨도 "대통령의 범죄 사실이 상당 부분 드러난 상황이기 때문에 탄핵이 가결될 것으로 생각했다. 현 상황에서 대통령이 정상적인 직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탄핵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런데도 이를 반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오늘 여론 조사 결과 국민의 80% 이상 탄핵에 찬성한다고 나왔는데 헌법재판소도 이 같은 점을 잘 고려해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진영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30만명이 넘는 촛불 민심이 국회로 전달돼 이제라도 국회가 본연의 일을 해 대행"이라며 "대통령 한 명에 대한 탄핵이 끝이 아니라 관련자를 모두 색출해 새로운 민주주의를 만드는 역사의 시작점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진 민주노총 수원용인오산화성지부 의장은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수도 없고 이겨서도 안된다고 생각하며 언제나 국민의 요구와 판단은 단한번도 틀린적이 없었다"며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꿔가는 과정에 있다. 탄핵은 정치인들의 얄팍한 꼼수가 아닌 진정한 국민의 승리이자 민주공화국의 기본질서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김성갑(52·한국지엠 현장직 노동자) 박근혜 탄핵 결과는 단순히 대통령을 끌어내렸다는 문제라기 보다는 시민의 승리, 시민의 혁명이라고 생각한다. 80년대 군사정권과 싸웠던 386세대인 나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온 우리의 자녀 세대가 광장에서 만나 민주주의를 매개로 소통할 수 있었다. 고향인 부산 경남 지역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민심은 싸늘했다. 다만, 노동자의 관점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경유착과 전경련 문제를 민노총이 어떻게 해결하려 했는지 부분은 훗날 평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시민들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의 강제적인 사퇴나 하야보다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등 법률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성호·공지영·조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