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제관련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작동이 개시되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각각의 스케줄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상황에 대해 24시간 점검활동에 돌입한 것이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의 위기대응 행보를 복기해 매뉴얼을 만들었단다. 대통령 탄핵이 헌정 사상 두번째라 그런지 걱정은 줄어들었으나 안도하기 이르다. 노 대통령 직무정지 당시보다 작금의 경제상황이 훨씬 엄중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난 4년간 경제성적표는 실망 그 자체였다. 세계 경제의 구조적 저성장에도 기안한 바 크나 차세대 성장동력 구축은 립서비스에 불과했으며 이 정부의 국정어젠다인 창조경제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 기업과 국민들의 앞길을 밝혀줄 등대가 되지 못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일자리 확대를 위해 밤잠을 설칠 정도로 공을 들였다 했으나 별무성과였으며 집권 중반에 혈세 100조원을 풀어 진작을 도모했던 부동산경기는 결과적으로 가계부채를 늘리고 부동산 버블만 키워 무주택 서민들에게 부담만 주었다. 대기업들은 천문학적인 현금을 금고 속에 쌓아 두기만 하고 정부의 장기비전 없는 산업 구조조정은 일부 업종에 더 큰 부작용만 초래했다.

가계부채는 세계 8위이며 소비심리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4월 이후 7년7개월 만에 가장 나쁘다. 성장동력이던 수출이 2년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어서 사상 처음 3년째 2%대 저성장이 예고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9월부터 3개월 연속 오름세인데 최근 석유가 반등까지 겹쳐 서민경제를 더욱 압박할 예정이다. 내수경제를 떠받치던 건설경기는 정부의 11·3조치로 빠르게 냉각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반기업정서가 조성될 개연성도 크다. 대외변수까지 감안하면 더욱 비관적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국내 정책 당국의 운신 폭을 한층 좁힐 수밖에 없는 터에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와 중국의 노골적인 한국기업 차별이 설상가상인 것이다.

경제위기는 경제적 요인보다 정치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문제는 향후 상당기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정경분리 대응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경제리더십 복원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