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중복 조정 취지불구 역사연구 등 기능 추가하는셈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시립박물관과 합쳐야" 의견도

인천문화재단과 강화고려역사재단을 통폐합하기 위한 인천시 조례 개정안이 14일 시의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기관 통폐합을 통해 유사·중복 기능을 조정하겠다는 것이 행정자치부와 인천시의 계획인데, 인천문화재단과 강화고려역사재단의 업무는 크게 다르다는 지적이다.

강화고려역사재단을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또는 인천시립박물관과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이날 인천문화재단 사업 범위에 강화고려역사재단의 업무를 추가하는 내용의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가결했다.

이 조례 개정안은 인천문화재단과 강화고려역사재단을 통합하기 위한 첫 절차다. 시는 행자부의 지방공기업 유사·중복기능 조정 실행계획에 따라 지난해 11월 인천문화재단과 강화고려역사재단 통합계획을 확정한 바 있다.

조례 개정안을 보면, 인천문화재단 대상 사업에 '고려사 중심 강화지역 역사연구' '강화지역 문화유산 세계유산등재 추진 지원'이 추가됐다. 기관 통폐합 취지가 유사·중복기능 조정이었는데, 문화재단에는 역사재단 기능이 없다 보니 이번에 새로 추가하려는 셈이다.

처음부터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문화재단은 문화예술진흥을 위해 설립된 반면 강화고려역사재단은 강화지역·고려 역사연구를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강화고려역사재단을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와 연계 운영하거나 시립박물관과 통폐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기능이 유사하기 때문이다.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는 내년 5월 개소한다. 이 연구소는 '기획운영과'와 '학예연구실'로 구성되며, 강화 역사유산 발굴·조사·연구·복원 등의 사업을 하게 된다. 강화고려역사재단 업무와 중복되는 것이다. 역사를 연구한다는 점에선 시립박물관 업무와도 유사하다.

시립박물관과 강화고려역사재단은 지난 9일 '고려 강도의 공간구조와 고고 유적'을 주제로 학술회의를 하기도 했다.

인천문화재단과 강화고려역사재단 간 통폐합이 두 기관 양쪽에 불리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인천문화재단이 강화고려역사재단을 흡수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강화·고려 역사연구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과거 시는 도시개발공사와 관광공사를 '인천도시공사'라는 이름으로 합쳤다.

그 결과 도시공사 내에서 관광 업무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발생했고, 시는 결국 도시공사 관광사업부를 중심으로 관광공사를 다시 만들었다. 인천문화재단 입장에선 문화예술진흥에 집중해야 하는 행정력이 강화·고려 역사연구 쪽으로 분산될 수 있다.

지역문화계 한 관계자는 "문화재단과 강화고려역사재단을 합치는 건 유사·중복기능 조정이라는 통폐합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굳이 합쳐야 한다면, 기능 측면에서 국립강화문화재연구소 또는 시립박물관이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이 조례 개정안은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으로, 의결될 경우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