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강화군 양계농가
농장·외부 차량 소독 철저
이동초소 설치 'AI와 사투'
"정부 늑장 대처탓" 지적도

'AI 청정 지역을 사수하라'. 최근 수년간 '조류독감(AI) 청정지역'으로 이름을 올려 온 인천에도 AI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고병원성 AI 의심신고가 인천 턱밑인 경기 김포에서 잇따르면서 인천 강화 양계농가들을 비롯한 방역당국 등이 AI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15일 오후 3시께 인천 강화군의 한 양계농장. 농장에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었다. 낯선 차 한 대가 도로를 지나갔을 뿐인데도 농장주는 흰색 방역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농장입구 앞 도로까지 나와 반경 3m까지 소독을 시작했다.

이곳 농장주인 A(58) 씨는 "아직 강화지역은 괜찮다고 하지만 김포까지 AI가 올라와 하루하루 긴장하며 지내고 있다"며 "김포까지 AI가 올라왔으니 강화를 지키기 위해 밤낮 가리지 않고 낯선 사람이 지나가면 방역을 꼭 하고 있다"고 말했다.

AI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철새 도래지인 강화 장흥저수지 인근 가금류 농장 역시 외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하고, 달걀을 실어 나르는 차 바퀴까지 꼼꼼히 소독하며 '청정지역'을 지키기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장흥저수지 인근 일부 양계농가에선 '대통령 탄핵'이라는 혼란 정국을 이유로 AI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에 불만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곳 농장에서 닭 7만여 마리를 키우고 있는 B(59) 씨는 "아침에 달걀 싣는 차가 와도 걱정이 되는데 탄핵 정국이라며 AI의 초동대응을 놓쳐 사태가 커진 것 같아 한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매년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가 근본적인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방역 또한 농장주 개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등 뒷짐만 지고 있다"며 "정부가 지금보다 체계적으로 AI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화군 50여 농가에서는 110만여 마리의 닭·오리·메추리 등 가금류를 사육하고 있다. 이밖에 계양·서구지역 10여 농가에서도 16만7천여 마리의 가금류를 기르고 있다.

아직 인천지역 농가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곳은 없지만, 인천시는 15일 오전부터 강화대교와 초지대교 입구에 '이동통제초소'를 설치해 모든 차량에 대한 소독을 시작했다. 축산용 차량에 대한 소독만 하고 있는 계양구와 서구 역시 17일부터 이동통제초소로 모든 차량에 대한 방역을 벌일 방침이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