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가운데 확산 속도도 더 빨라지는 모양새다.

1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으로 지난 10~14일 AI 의심 신고가 접수되거나 예찰 중 의심축이 발견된 농가 11곳이 H5N6형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11곳은 경기 평택(종오리)·안성(육용오리), 충남 천안(산란계 3건)·아산(산란계), 세종시(산란계), 전북 정읍·김제(육용오리), 충북 음성(육용오리), 부산(토종닭) 등이다.

AI 의심 신고도 5건 추가로 접수됐다.

이로써 신고 건수 84건 가운데 65건이 확진됐고 19건은 검사가 진행 중이다.

신고 건수 외에 예방적 도살처분 후 검사 과정에서 확진된 농가까지 포함하면 AI 발생농가가 182곳에 달한다. 이와 별개로 야생조류의 고병원성 AI 확진 건수도 23건이다.

발생 지역 역시 7개 시·도, 27개 시·군으로, 제주도를 뺀 전국으로 확산했다.

그러나 철새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고 지금의 확산 추세로 볼 때 사실상 'AI 안전지대'는 없다는 것이 방역 당국의 판단이다.

도살처분 마릿수는 301농가, 1천369만8천 마리에 달한다. 여기에 413만5천 마리가 추가로 도살 처분될 예정이어서 총 1천800만 마리에 육박하게 된다.

2014년 고병원성 AI(H5N8형) 확산으로 195일 동안 1천396만 마리가 도살 처분돼 '역대 최악'으로 기록됐던 규모를 한 달 만에 갈아치운 데 이어 피해 규모가 얼마나 더 커질지 가늠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됐다.

AI 위기경보를 가장 높은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방역 당국은 전국의 주요 도로에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주요 시·군(시·도)간 주요 거점에 축산차량 전담 소독장소를 설치했다.

또 국방부는 각 지자체에 AI 차단방역에 필요한 인력 및 장비를 적극 지원하는 등 부처 간 협조를 통해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방역대 내 식용란의 제한적 반출 허용을 비롯해 가금·사료·식용란 운반 차량 및 닭인공수정사에 대한 1일 1농장 방문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한다.

한편, 농식품부는 최근 검역본부에 공문을 보내 현재 해외 일부 국가에서 사용하고 있는 AI 백신의 종류 및 효능을 비롯해 제조업체 현황 등을 조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다만 현 단계에서는 백신 사용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게 농식품부의 공식 입장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도살처분 방식만 사용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을 병행하게 되면 사실상 'AI 상시발생국'으로 전락하고 'AI 청정국 지위'는 잃게 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재는 AI 박멸을 위해 도살처분만 하고 있는데, 백신 접종을 한다는 건 '박멸 정책'을 포기한다는 의미"라며 "감기 예방 주사처럼 백신이 AI를 진정시키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있겠지만 바꿔 말하면 바이러스가 상시 발생해 통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각에서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최악의 상황에 백신 접종을 해야 할 때를 대비해 미리 조사하는 차원이고 현재는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