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배면적 감소 불구 날씨 좋아
생산량 늘거나 여전히 많은 편
1인당 소비량 10년새 17.8㎏ ↓
하루 공깃밥 두그릇 채 안먹어
의무수입량 ↑… 쌀값만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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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가 다양해 지면서 쌀 소비가 줄었다. 매년 농촌의 쌀 재고가 넘쳐날 정도다. 풍년을 두려워하는 게 현재 농촌의 솔직한 심정이다. 판매는 물론 가격까지 떨어지면서 농촌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가공 식품 시장도 녹록지 않다.

쌀은 식량 주권이다. 쌀이 넘쳐난다고 해서 생산량을 인위적으로 감소시키기도 어렵다. 결국 활용책과 소비책을 다양하게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존에 정해진 틀과 생각을 바꿔야 쌀이 살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쌀의 위기, 우리의 식탁에서 쌀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본다.

쌀 소비가 급격히 줄며 양곡 창고마다 쌀은 넘쳐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외국에서 의무적으로 들여오는 쌀까지 겹치며 말 그대로 "쌀이 남아돈다"는 이야기가 시장에서 나돌고 있다. 실제 외국에서 의무 수입하는 쌀을 뜻하는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은 지난 2014년 기준으로 40만9천t으로 20년 만에 8배 가량 늘었다.

19일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벼 재배면적은 79만9천㏊로 지난 2014년(81만6천㏊)보다 줄었다. 도내 벼 재배 면적도 지난해 8만2천㏊로 지난2014년(8만6천㏊)보다 감소했다. 하지만 면적 감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전국의 쌀 생산량은 433만t으로 2014년보다 9만t 증가했다.

도의 경우 지난 2014년 42만t에서 지난해 42만6천t으로 6천t이 줄었지만 2013년 41만t보다는 여전히 생산량이 많은 편이다. 모내기 이후 고온이 지속되고 일조시간도 충분한 날씨 덕분에 주당 이삭수가 평년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풍년을 맞고도 마냥 즐거워할 수 없는 입장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의 쌀 재고량은 135만4천t이고 경기도는 8만5천t이 비축돼 있다.

이는 수요보다 많은 생산이 이뤄진데 따른 것이다. 실제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은 2005년 80.7㎏에서 5년 뒤인 2010년 72.8㎏으로 줄더니 지난해에는 62.9㎏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이를 국민 하루 평균 쌀 소비량으로 나누면 우리나라 사람이 하루 소비하는 쌀의 양은 172.4g이다. 밥 한 공기 쌀은 100∼120g으로 추정해 볼 때 국민 1명이 하루에 공깃밥 두 그릇을 채 먹지 않는 셈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식사메뉴가 다양해진 데다 쌀을 건강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줄면서 일반 쌀을 물론 가공식품에 대한 수요도 줄고 있다"고 전했다.

수요 감소는 쌀값 하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현재 전국 평균 산지 쌀값은 20㎏ 기준 3만6천156원으로 전년도 같은 기간 4만84원보다 9.9%(3천928원)나 떨어졌다.

정부가 지난해 말 쌀 20만톤을 격리한 데 이어 올해 3월 15만7천톤을 추가로 시장 격리했음에도 쌀값은 지속적인 하락세다. 이는 개별 농가의 소득감소는 물론, 농협과 민간 RPC 운영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도 관계자는 "농민들이 어렵게 농사를 져도 쌀을 팔 곳이 없다. 그래서 재고가 늘고 있는 것"이라며 "소비촉진을 위한 마케팅도 필요하지만, 전략적인 생산량 감소와 대체 작물 재배 등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경진기자 lk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