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제한' 이천서 키운 일부
파주 도계장에서 폐사 '양성'
1만3천마리 잠복기중 풀린듯
농림부, 공문 띄워 출하 허용
제한해제 민원에 지침 어긴것
조류인플루엔자(AI) 감염이 의심되는 닭 1만3천마리가 전국으로 유통됐다. 유통된 닭은 AI가 발생해 이동이 제한된 지역에서 사육됐는데도 불구하고 방역당국이 스스로 이동제한조치를 해제해 유통이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파주의 한 도계장에서 폐사한 닭 일부에서 AI양성 반응이 나타났다.
추가 양성반응이 의심되는 닭은 총 17만4천120마리로, 지난 15~16일 사이 AI확진 지역인 이천에서 출하됐고 그 중 1만3천810마리가 수원·고양·용인·평택·이천·파주·대구 등 7개시 11개 업체에 유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업체는 전국 판매망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오전 파주 도계장의 방역검사관은 이천의 한 양계장에서 출하된 닭의 도축을 앞두고 100여마리가 폐사한 것을 발견했다. 방역검사관이 즉시 AI 간이검사를 실시한 결과 양성반응이 나왔다. 이에 방역당국은 나머지 2만8천마리를 포함해 해당 양계장에서 출하된 닭을 모두 살처분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파주 도계장 측은 이천의 같은 양계장에서 자란 닭을 15일 4만6천마리, 16일 5만1천마리, 17일 4만9천마리 각각 도축했다. 이중 15일에 도축된 닭 1만3천810마리는 이미 전국으로 유통된 상태였다.
닭들은 이천에서 출하되기 전, 농장에서 AI표본검사를 했지만 음성 반응이 나타났었다. 이어 15일 첫 도축을 앞두고 또다시 검사를 진행했지만 역시 음성 반응이었다. 하지만 2~3일의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AI에 감염된 닭이 유통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방역당국과 업계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부가 스스로 만든 AI 긴급행동지침(SOP)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SOP상에는 확진지역 방역대(10㎞ 이내)에서 가축 이동을 제한하고 있지만, 농림부는 지난 9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를 도축장 등에 출하를 권고할 수 있는 가축전염병에 포함한다'는 공문을 전국 시·도에 보내 사실상 출하를 허용한 것이다.
당시 육계·토종닭협회를 중심으로 닭을 유통할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표 참조
농림부가 제한을 완화하자 도는 지난 12일부터 방역대 내 가축에 대한 이동제한을 해제했고 그 결과 AI 잠복기로 의심받는 닭이 파주의 도계장으로 유통된 것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이 도계장은 지난달 AI 의심 닭이 공급돼 해당 닭을 전량 소각처리하고 이후 8일간 잠정 폐쇄됐었다. 방역당국이 스스로 이동제한을 해제하면서 AI에 감염된 닭이 유통되는 사태를 초래한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다.
도는 파주 도계장에 사용중지 명령을 내리고, 도축된 닭의 재고를 소각하는 한편 유통된 닭의 경로를 추적해 전량 회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AI 바이러스는 잠복기가 있기 때문에 사전 검사에서 음성반응이 나왔던 것 같다"면서 "소매 단계에서 실제로 소비됐는지 여부도 모두 확인해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전시언·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