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면세점 내 매장 위치를 좋은 곳으로 바꿔주는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신영자(74·여)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에게 검찰이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현용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 이사장의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 및 추징금 32억 3천여만원을 구형하며 "지위와 수수액을 고려해 형평에 맞는 형이 선고돼야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신 이사장이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30억원 이상의 거액을 받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리던 자신의 회사에서 40억원 이상을 빼돌렸다"며 "공정한 거래 질서가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벌의 돈은 결코 자신들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고 서민들의 노력과 희생이 토대가 된다"며 "재벌의 잘못된 행동과 판단 때문에 서민의 생활도 좌우될 수 있는데, 신 이사장이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업체의 돈을 받아 깊은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 이사장의 변호인은 "면세점 내에서 매장 위치를 옮겨줄 수 있는지 검토해보라고 실무진에게 지시한 적은 있지만 요건·자격이 안 되는데도 옮겨주라는 것은 아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아울러 "만약 혐의가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문제가 된 금액을 모두 공탁한 점, 고령으로 6개월의 수감생활 동안 건강이 악화한 점을 양형에 고려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 이사장은 최후진술에서 "나 때문에 아버님(신격호 그룹 총괄회장)과 가족들, 제가 평생 몸담은 곳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남기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또 "앞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만 있다면 봉사하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신 이사장은 2007년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롯데백화점 면세점과 관련해 총 32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로 구속기소 됐다.

그는 롯데백화점 내 초밥 매장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업체 A사 측에서 4개 매장의 수익금 일부를 정기적으로 받아 챙겼다. 검찰은 이런 방법으로 신씨에게 흘러간 돈이 11억 5천여만원에 이른다고 봤다.

또 브로커 한모씨를 통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에게서 "매장 위치를 목 좋은 곳으로 바꿔주면 매출액의 3%를 주겠다"는 제안을 들어주는 대가로 2013∼2014년 6억 6천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한씨와 관계가 틀어지자 2014년 9월부터는 자신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던 유통업체 B사를 통해 8억 4천여만원을 받기도 했다. 다른 화장품 업체에서도 면세점 입점을 대가로 5억 6천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들 명의로 회사를 차려 운영하며 그룹 일감을 몰아받아 거액의 수익을 내거나 일하지 않는 자녀에게도 급여를 지급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도 받는다. 2006∼2011년 3개사에 딸들을 이사로 올려 받은 급여가 35억 6천만원에 달한다.

선고 공판은 내년 1월19일에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