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채워지지 않은 증인석
끝내 채워지지 않은 증인석 26일 오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열린 '최순실 국조특위' 현장 청문회에 최순실, 정호성, 안종범 증인이 불출석해 자리가 비어 있다. /연합뉴스

곤란한 질문 '재판중' 내세워 회피
정유라 梨大 부정입학 "사실 아냐"
위원들 "죄의식 못느끼는것 같아"
박대통령에 서운함 은연중 드러내
안종범 "박대통령 지시 받고 모금"


국정농단 의혹사건의 핵심인 최순실 증인은 26일 서울구치소 현장에서 진행된 '구치소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일부 위원들은 이날 최씨가 머무르는 수감동까지 직접 들어가 그를 대면했지만, 국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할 만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앞서 국회에서 실시 된 두 차례 청문회에 모두 불출석한 최씨를 겨냥해 국조특위는 구치소 청문회를 강행했지만, 이날 현장에 마련된 증인석 세 자리는 끝내 채워지지 않았다.

최씨를 비롯해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안종범·정호성 증인도 모두 출석을 거부했다. 이에 특위는 최씨가 수감 중인 수감동으로 직접 찾아가는 강공을 택했고 우여곡절 끝에 2시간 30분가량 비공개로 그를 만나는 데 성공했다.

특위 위원들은 접견 이후 한결같이 '최씨가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새누리당 장제원 의원은 "자신이 왜 지금 구속돼 있는지 자조 섞인 한탄이 가득했다"고 했고,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계속 몸이 안 좋다며 투덜거렸고, 철저히 자기 위주의 생각만 하는 사람 같았다"고 전했다.

최씨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관한 질문에 모두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했으며, 심지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까지도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국정농단에 관한 각종 민감한 질문에 대해서는 '모르쇠' 전략을 취했다. 민주당 김한정(남양주을) 의원은 "최씨는 곤란한 질문만 나오면 '특검에 가서 얘기하겠다. 재판이 진행 중이라 곤란하다'며 회피했다"고 지적했다.

시종일관 '모른다'는 대답으로 일관한 최씨가 유일하게 또렷이 대답한 부분은 그의 딸 정유라 씨에 관한 질문이 나왔을 때였다고 위원들은 밝혔다. 민주당 안민석(오산) 의원은 "정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에 관한 질문에 최씨는 '사실이 아니다. 정당하게 들어갔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한 질문에서 최씨는 다소 '발끈'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는 것이 위원들의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서운한 감정도 은연중에 드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대통령에 대한 감정을 묻자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마음이 복잡하다'며 답변을 회피했고, '서운하느냐'는 직접적인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어렵사리 접견은 성사됐지만,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위원들은 서울구치소장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강하게 질타하며 방해를 위한 법무부 등 윗선의 개입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구치소장이 이렇게 수감자에게 쩔쩔매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고 꼬집은 데 이어 "면담 직전 실랑이 과정에서 난데없이 기동순찰대라는 사람들이 나타나 위원들을 밀치는 있어서는 안 될 일까지 벌어졌다"며 구치소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도 "제한된 조사과정 속에서도 여전히 국조를 방해하는 법무부 혹은 더 윗선의 지시를 오늘 현장에서 목격했다"며 목청을 높였다.

한편 이날 남부구치소에서 열린 현장 접견에서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에게 포괄적 지시를 받고 대기업 모금을 했다"고, 정 전 청와대 제1부속비서관은 "최씨는 박 대통령이 신뢰하고 잘 아는 분이며, 많이 상의했다"고 각각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