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를 통해 불량 활성탄 납품 비리(경인일보 11월 24일자 23면보도)가 속속 밝혀지고 있지만 한국수자원공사(K-water)는 여전히 불량 활성탄으로 정수한 수돗물을 수도권 일대에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송경호)는 28일 수자원공사 수지정수장에 32억원 상당의 불량 활성탄을 납품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활성탄 납품업체 W사 대표 김모(60)씨와 G사 대표 박모(56)씨, K건설사 현장소장 장모(43)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2013년부터 2014년까지 K건설사가 공사한 용인 수지정수장에 불량 활성탄을 납품하기 위해 활성탄 샘플을 바꿔치기하고 품질실험 결과를 조작한 혐의다. 또 활성탄 납품계약을 따내기 위해 수자원공사 고위 관계자, 지역의 유력 국회의원 등과 골프모임을 가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수지정수장 공사현장 책임자인 장씨는 김씨 등과 범행을 모의하고, 불량 활성탄 납품을 눈감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달 활성탄 납품 비리의 브로커 역할을 한 전직 수자원공사 직원 박모씨를 구속하는 등 9월부터 수사를 이어오며 관련자 6명을 구속했다.
검찰 수사를 통해 허술한 품질검사와 뇌물성 금품거래 등 활성탄 납품 과정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시흥·일산·남양주 덕소·화성 반월·고양·경북 구미·경북 고령·경남 반송·경남 연초 등 9곳의 정수장 역시 화성·수지 정수장과 같은 방식의 납품 과정을 거쳤다.
상황이 이런데도 공사는 이를 시정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불량 활성탄으로 물을 정수한 수지정수장은 여전히 하루 56만㎥의 수돗물을 수원·용인·화성·평택·오산·안성시 일원에 공급하고 있다.
공사는 활성탄 공정의 경우 수질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맛과 냄새를 잡는 추가공정이기 때문에 수돗물 수질에 문제가 없고 먹어도 건강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활성탄 납품비리 보도 이후 근본적인 해결책을 도출하겠다며 자체적으로 꾸린 '활성탄 구매 프로세스 업무개선을 위한 TF팀'도 성과 없이 흐지부지된 모양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수지정수장 등 의혹의 대상이 된 정수장은 여전히 정상 가동되고 있으며 수질에 문제 없는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서는 입장을 말씀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시언·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불량 활성탄 수돗물' 여전히 공급… 수자원공사 "수질문제없다" 뒷짐
檢, 납품비리 수사·관련자 구속
입력 2016-12-28 22:18
수정 2016-12-28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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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2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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