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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경기 수원시에 따르면 이달 5일께부터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 2∼3천여 마리가 팔달구 인계동, 권선구 권선1동 일대에 무리를 지어 머물고 있다. 떼까마귀가 날아들자 주민들은 새 배설물 등으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구도심인 팔달구 인계동에 주차된 차량에 떼까마귀 배설물이 묻은 모습. /독자제공 = 연합뉴스
"자고 나면 승용차 위는 물론 도로 등 곳곳이 온통 떼까마귀 배설물입니다."

겨울 철새인 떼까마귀 수천여 마리가 한 달 째 경기도 수원시 구도심을 무리지어 날아다니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30일 수원시에 따르면 이달 5일께부터 팔달구 인계동, 권선구 권선1동 일대에 떼까마귀 2천∼3천여 마리가 날아와 전선 등에서 무리를 지어 머물고 있다.

떼까마귀는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기 위해 몽골과 중국 북쪽, 시베리아 등 유라시아 대륙 전역에서 찾아오는 겨울 철새다.

몸집이 작고 군집성이 강해 큰 무리를 이뤄 생활하며, 11월부터 우리나라로 와 이듬해 2월 말이나 3월 초 북쪽 번식지로 되돌아간다.

수원 지역에는 보통 12월 초 찾아와 며칠간 머문 뒤 울산 등 남부지방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올해는 벌써 한 달여 수원을 떠나지 않고 있다.

떼까마귀는 아침 일찍부터 서수원, 화성 발안 및 봉담, 평택 등 인근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다가 저녁이 되면 수원 구도심 지역으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기를 반복한다.

시는 떼까마귀들이 주변 농경지가 줄었음에도 아직 벼 낱알 등 먹잇감이 풍부해 수원을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떼까마귀가 구도심에 몰리는 이유로 신도시와 달리 전선 지중화 사업이 되지 않아 앉아 쉴 수 있는 전신주와 전선이 곳곳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떼까마귀들이 이렇게 오랜 기간 구도심에 머물자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계동 사는 전모(30)씨는 "아침 출근길 주차한 차량에 까마귀 배설물이 가득해 불쾌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밤에는 한데 모인 까마귀 탓에 온 동네가을씨년스럽기까지 하다"고 말했다.

시청 민원게시판에도 떼까마귀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주민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시는 떼까마귀로 인한 피해가 배설물로 주변이 더럽혀지는 정도여서 특별한 조치를 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겨울 철새의 이동은 자연현상으로, 떼까마귀를 쫓아낼 뚜렷한 이유가 없다"며 "피해는 배변으로 인해 주변이 더럽혀지는 것이 전부인데, 수시로 청소해 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떼까마귀는 곧 먹이활동의 한계에 부딪혀 남부지방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확산하고 있는 조류인플루엔자(AI)에 떼까마귀가 걸린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수원에서는 떼까마귀 폐사체가 발견된 적이 없다. 울산에서 세 차례에 걸쳐 발견된 떼까마귀 폐사체 5수의 AI 감염 여부 검사에서도 모두 음성이 나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