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가금류의 17% '살처분'
공장식 밀집사육 재난 불러
질좋은사료·넓은 활동공간
'동물복지농장' 확대요구도
3천만 마리에 육박하는 가금류가 살처분되는 등 최악의 AI 사태가 지속되면서 근본적인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기와 충북 등 AI 직격탄을 맞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AI가 집중·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지역에 대해 겨울철 일정 기간 닭·오리 사육을 금지하는 '휴지기제' 도입을 건의했으며 농림축산식품부도 관련 제도 마련을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1일 농림부 집계에 따르면 AI 발생 직후 지난해 12월까지 살처분 된 가금류는 모두 2천880만 마리로, 전체 가금류(1억6천525만 마리)의 17%가 살처분 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금류 사육 휴지기제는 철새 도래기에 가금류 사육을 금지하고 이에 따른 농가 피해 보상금을 지자체가 지급하는 방안이다. 안성시는 지난해 1월 전국 최초로 서운면·미양면 7개 오리농가에 휴지기제를 도입, 해당 지역에서 AI 피해를 막는 성과를 내자 올해부터 양계농가까지 휴지기제 대상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지난 2014년 AI 피해 이후 휴지기제의 실효성에 대한 용역 연구를 이미 진행했고, 이번 AI 사태를 계기로 도입을 전제한 제도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더불어 '밀집사육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산란계 농가는 닭 1마리 당 A4용지 3/4크기(0.05㎡)의 좁은 철장을 사용하고, 이런 철장을 5~6중으로 중첩해 쌓아올린 일명 '배터리 케이지'(Battery cage)에서 밀집 사육하면서 피해가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 30일을 기준으로 도내 살처분 농가 1개당 사육하는 가금류는 평균 8만5천 마리로, 살처분 농가의 85%가 10만 마리 이상을 기르는 대형농가로 추산됐다. 이 때문에 배터리 케이지를 금지하고 질 좋은 사료를 사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넓은 사육공간을 제공하는 '동물복지농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일정기준을 충족해 농림부로부터 복지농장 인증을 받은 농장은 도내 18개를 비롯해 전국 113개가 등록돼 있다.
동물자유연대 관계자는 "생산성 향상을 목적으로 대규모 공장식 농장을 운영하다 보니 AI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가축의 면역력을 높이고 피해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동물복지농장이 전면 도입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농림부와 질병관리본부는 포천시의 가정집에서 폐사한 채로 발견된 고양이 2마리는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걸린 것으로 최종 확인됐지만 일반 국민의 감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1일 밝혔다. 다만 AI 감염 가금류와 직접 접촉 후 발열·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 즉각 보건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들고양이 등 야생동물 사체는 발견하더라도 만지지 말고, AI 발생지역 또는 인근에 야생조류가 서식하는 지역에 거주자는 반려동물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