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지어온 농사를 접어야 할 처지인데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합니다."

2일 화성시 매송면 천천리 일대는 비봉~매송간 민자고속도로 건설이 한창인 가운데 건설현장과 인접해 잡초만 무성만 논(2천500㎡)이 눈에 띄었다.

지난 1984년부터 30년 넘게 이곳 논에서 벼농사를 지어온 서모(73)씨는 고속도로 공사현장 맞은편에서 솟아나는 샘물을 끌어다 농사를 지어왔지만, 2015년부터 수원지인 샘터 바로 위에 한국수자원공사가 화성정수장을 건설하면서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여기에 지난해부터는 논 바로 옆에 고속도로 공사까지 시작되자 수원지와 논을 잇는 수로마저 끊겨 아예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던 서씨는 고속도로 발주처인 (주)화성도시고속도로 측에 이러한 문제를 제기했고 화성도시고속도로 측도 "단절된 수로를 연결하도록 조치하고, 용수량 확보는 수자원공사와 관련된 사항이라 협조 요청하겠다"고 밝히면서 곧 해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 측이 "정수장 공사과정에서 수원지를 건들지 않았기 때문에 수량문제는 공사와는 상관없다"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했고, 더욱이 수자원공사 측은 정수장 공사 전후 수량을 비교할 수 있는 데이터조차 작성하지 않으면서 해결이 더욱 어렵게 됐다.

지난해 농번기에 수량이 크게 줄어들자 화성도시고속도로 측이 살수차를 동원해 서씨 논에 물을 대주는 땜질식 처방으로 농사를 지었지만, 고속도로 공사가 끝나는 오는 6월 이후에는 이마저도 끊겨 서씨는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서씨는 "화성도시고속도로와 한국수자원공사 모두 대책 마련을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아 논을 버려야 할 처지가 됐다"며 "늙은 농사꾼 한 명이 농사를 짓는다고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고 서로의 탓만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공사 측은 "현재 정수장 내 위치한 수원지에선 물이 여전히 잘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해명했고, 화성도시고속도로 측도 "먼저 수량문제가 해결되면 약속대로 수로를 연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