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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9일 오전 국가정보원 로비에서 직원들이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 참석하는 의원들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원이 박근혜 정부의 문화계 지원배제 명단(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활용 등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짙어지면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정원을 상대로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현재 특검 수사는 문화·예술계 지원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윗선인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나 블랙리스트의 뿌리를 파헤치기 위해 국정원을 포함해 연루 의혹을 받는 이들을 모두 조사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검은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의혹을 산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 전 정무비서관 등을 피의자로 조사했다.

문체부 고위직이나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라인 등 문화·예술계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을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며 사실관계를 따지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특검 수사는 양쪽 라인의 정점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향할 전망이다. 이들은 블랙리스트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한 정황을 담은 문건이 언론에 잇따라 보도됐다.

예를 들어 국정원이 만든 것으로 의심되는 '시도 문화재단의 좌편향·일탈 행태 시정 필요'라는 제목의 문건은 광역지방자치단체 산하 문화재단이 이념 편향적인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며 감사원이나 문화체육관광부가 감사를 거쳐 보조금 삭감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는 제언을 담았다.

또 지원배제 대상으로 지목된 인물의 이름 뒤에 알파벳 K, 또는 B가 적혀 있는 작년 초에 작성된 블랙리스트도 발견됐다.

K는 국정원의 정보에 따라, B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배제 대상에 선정된 것이며 이는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개입을 보여준다는 것이 문체부 관계자의 지적이다.

문화예술단체의 동향을 국정원과 공유했다는 문체부 내부자의 증언까지 나온 상황이다.

국정원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커지자 특검도 내부적으로 국정원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다만, 문체부나 청와대 등의 개입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고, 수사 기간 등이 제한된 점을 고려할 때 당장 수사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 적절한지 내부 검토 중이다.

특검의 한 관계자는 9일 수사 여부가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다"면서도 "최소한의 수사를 해서 나오는 자료를 정리해 검찰에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 수사는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조 장관과 김 전 실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국정원을 압수수색하고 관련자를 소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