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윗선으로 꼽히는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51)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번 주중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될 전망이다.
'좌파 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할 의도로 작성됐다는 블랙리스트의 실체와 청와대 개입 여부를 규명하는 특검 수사가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15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특검은 이번 주 중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차례로 소환 조사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특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주 두 사람을 소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 소환이 아닌 개별 소환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그는 부연했다.
이들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려 나올 가능성이 크다. 조 장관은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로 고발까지 된 상태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청와대 2인이자 '대통령 그림자'로 불리는 비서실장을 지냈다. 재임 당시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지원 배제 실행 업무의 '총지휘자'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블랙리스트는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최초 작성된 뒤 교육문화수석실을 거쳐 문체부로 내려가 실행됐는데 그 배후에 김 전 실장이 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업무일지(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의 지시로 추정되는 표기와 함께 "사이비 예술가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적혀있다. "좌파 문화예술가의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 내용도 있다.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블랙리스트가 청와대 주도로 작성·관리됐고 그 중심에 김 전 실장이 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단서와 관련자 진술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장관에 대해선 2014년 6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정무수석으로 재직하며 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조 장관이 작년 9월 문체부 장관으로 취임한 뒤 리스트의 존재를 인지했음에도 그해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를 전혀 본 적 없다"며 거짓말한 혐의도 중대 사안으로 특검은 보고 있다.
그는 이달 9일 두 번째 청문회 자리에선 야당 의원의 거듭된 질문에 블랙리스트의 존재를 인지했다고 시인했으나 직접 본 적은 없고 작성·전달 경위도 알지 못한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특검팀은 두 사람의 조사를 마무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리스트 작성·관리는 국가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중대 범죄라는 특검의 기본 인식이다.
지난 12일 구속된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과 정관주(53) 전 문체부 1차관, 신동철(56)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영장에는 '언론자유를 규정한 헌법 정신을 침해했다'는 표현이 적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안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는지 파악한 뒤 차후 대면조사 때 추궁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