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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카드 '더 블랙', 삼성카드 '라움 O', 하나카드 '클럽 1', KB국민카드 '탠텀'(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연합뉴스=각 사 제공

최근 현대카드가 연회비 250만원인 최고등급 카드를 내놓기로 하면서 이른바 'VVIP' 카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발급하는 카드 중 연회비가 가장 비싼 카드는 현대카드 '더 블랙'과 삼성카드 '라움 O', 하나카드 '클럽 1', KB국민카드 '탠텀'으로 연회비는 200만원이다.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일단 발급만 받으면 혜택은 연회비를 넘어선다.

카드사 입장에서는 적자 나는 돈 안 되는 상품이지만 자존심 때문에 포기할 수 없다.

유명 자동차 회사가 수천억원의 개발비를 들여 몇 대 못 파는 고급 스포츠카를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

그래서 일반 소비자도 한번 갖고 싶지만, 돈만 있다고 해서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그들만의 카드다.

◇ VVIP카드 "돈 주고도 못 사는 혜택을 준다"

연회비가 200만원이지만 받는 혜택은 연회비를 훌쩍 뛰어넘는다.

대표적인 혜택이 항공권 업그레이드 서비스.

예컨대 '클럽 1'으로 국제선 비즈니스 클래스를 구매하면 미국·중동·유럽·오세아니아는 연 1회, 동남아·일본·중국은 연 3회까지 퍼스트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준다.

인천에서 뉴욕까지 대한항공 비즈니스 좌석 왕복 티켓 가격은 약 500만원이지만, 퍼스트 클래스는 1천만원이 넘어, 업그레이드만 한 번 받아도 연회비를 뽑는다.

매년 특급호텔이나 명품 브랜드의 할인권이나 무료 이용권들로 구성된 쿠폰도 준다.

'더 블랙'은 키톤, 에르메네질도 제냐, 브리오니,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이나 스위스퍼펙션 뷰티숍 이용권이 담긴 바우처를 준다.

그러나 VVIP 카드 고객들이 가장 만족하는 서비스는 따로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컨시어지(concierge)' 서비스다. 365일 24시간 콜센터를 운영하며 온갖 부탁을 들어준다.

"오늘 오후에 급히 홍콩으로 갔다가 다음날 두바이로 가야 하니 비행기 티켓을 구해달라", "오메가에서 나온 아폴로 11호 40주년 기념 한정판 시계가 런던에 나왔으니 사와 달라"는 단순 주문은 물론이고 "터키 이스탄불에 와있는데 미슐랭 별을 받은 식당 중 고객을 모시고 내일 저녁에 갈 수 있는 식당을 예약해 달라", "부모님을 모시고 보르도에 있는 샤또 투어를 가려 하니 추천해달라" 등의 요청도 해결해 준다.

이를 위해 카드사들은 글로벌 컨시어지 전문업체와 제휴를 맺기도 한다.

VVIP 카드 회원만 모아놓고 소규모 행사를 열어, 취미 생활도 하고 인맥도 쌓게 해준다.

회원 20∼30명만 초청해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석으로 알려진 핑크 다이아몬드를 감상하고 다이아몬드 감별법을 배우거나, 뉴욕 크리스티 경매장을 재현한 세트장을 만들어 모의 경매를 진행해 보는 식이다.

전투기 조종사가 꿈이었던 중년 회원에게 전투기를 타고 비행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일정을 잡아준 카드사도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VVIP 카드 고객이면 돈 몇백만 원 이익보단 돈 주고 살 수 없는 혜택을 원한다"고 말했다.

◇ 까다로운 심사 통과해야 발급…적자 부담 일반회원에 전가 비판도

이 같은 특별 서비스를 받는 VVIP 카드는 누가 쓸까.

카드업계에서는 카드사용액이 월 1천만원이 넘는 일명 '월천' 고객은 돼야 VVIP 카드를 신청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A 카드사에 따르면 100억원 이상의 자산가나 서울 4년제 대학 또는 지방국립대 교수, 대학병원 과장급 전문의, 1급 공무원이나 검사장 이상이어야 카드를 신청할 수 있다.

기업인은 30대 그룹 계열사나 은행, 증권사,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의 상장사 임원 이상, 전문직은 연봉 2억원 이상의 변호사·회계사 등이다. 연봉 2억원 이상의 프로 스포츠 선수도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VVIP카드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드사 심의위원회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데, 경제적 능력뿐 아니라 사회적 영향력까지 본다.

A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를 신청했다가 가장 많이 떨어지는 고객은 연예인과 금수저 20대들"이라고 말했다.

'더 블랙'은 특히나 가입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현대카드가 먼저 초청하는 사람만 지원할 수 있다.

해당 고객이 가입 의사를 밝히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을 비롯한 8명의 위원이 직접 심사해 만장일치로 승인이 나야 '더 블랙'을 가질 수 있다.

2005년 출시하면서 최대 회원 수를 9천999명으로 못 박아 놨지만,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가입자는 2천명대에 머물러 있다.

이 카드의 1호 주인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실제 '더 블랙' 고객으로 알려진 가수 지드래곤은 노래 가사에 '내 카드는 블랙, 무한대로 싹 긁어버려'라고 쓰기도 했다.

소수 '귀족' 고객들에게 돈 주고도 못 사는 특별한 혜택을 주다 보니 이 같은 VVIP 카드들은 대부분 적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소비자단체에서는 카드사들이 서민을 대상으로 고금리 카드론 장사나 일반 카드의 부가서비스 혜택 축소 등으로 돈을 벌어 부자들에게 선심성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서는 2013년 카드사에 VVIP 카드의 과도한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