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근 인사들의 '줄구속'과 빨라지는 '탄핵시계'에 박근혜 대통령 측이 강공으로 전환하고 있다.
반환점을 돈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더 밀리다가는 손도 못 쓰고 조기 탄핵의 불명예를 떠안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복수의 박 대통령 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단은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의 탄핵소추안 수정안 제출에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측은 탄핵소추안에 기재된 박 대통령의 범죄 행위 중 사실관계는 살리되 구체적인 죄명은 삭제하고 헌법위배 사항 위주로 재작성, 내주 초 헌법재판소에 내기로 했다.
이 같은 내용의 수정안이 받아들여지면 구체적인 범죄 사실에 대한 유·무죄를 가리느라 탄핵심판이 지연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헌재의 최종 결정이 이르면 2월 말까지로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박 대통령 대리인단은 수정안이 채택되려면 국회 본회의 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게 아니냐며 반격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대리인단이 국회 절차와 관련해 논쟁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청와대도 이 문제를 상당히 주시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탄핵소추안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다시 국회 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것이 상당수 법률가의 의견"이라면서 "대통령 탄핵은 중차대한 역사적 문제인 만큼 잘못된 정보나 일부 과장 의혹보도, 추문 기사 등으로 촉발된 광장 민심으로 결정해선 안 되며 충분한 법리검토 및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 달 초 박 대통령 '직접조사'를 선포한 특검에는 더욱 강수를 뒀다.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황성욱 변호사는 전날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한 달 뒤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했다'는 내용을 보도한 한 신문사와 이와 같은 내용을 해당 언론에 알린 특검 관계자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과 '피의사실 공표죄'로 형사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소송도 제기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 측이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이후 수사팀과 언론을 상대로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황 변호사는 "앞으로 익명의 그늘에 숨어 허위보도를 일삼는 특정 세력은 더 이상 여론조작을 그만두고 언론도 확인된 객관적 사실만을 보도해주기 바란다"며 앞으로도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박 대통령측 한 인사는 "해당 보도는 대통령을 범죄인으로 보는 것으로 인격살인 수준을 넘어 탄핵심판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사"라면서 "대통령이 분명히 모르는 일이라 했는데도 일방적으로 쓰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전날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동시 구속된 데 큰 충격을 받고 변호인단과 특검 수사 대응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져 이와 같은 공세 전환 결정에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박 대통령은 김 전 실장 등이 구속됐다는 얘기를 듣고 비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별다른 말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 수사와 탄핵심판 절차가 빨라지는 분위기를 보이면서 박 대통령은 일단 이에 대한 대비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애초 이날 박 대통령이 지난 1일에 이어 추가 간담회나 기자회견을 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박 대통령은 공개 일정 없이 관저에서 변호인단 등과 법률 대응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박 대통령측 관계자는 "필요하면 대통령이 헌재에 나가거나 국민 앞에서 밝힐 것은 밝힐 것이나 언제 어떻게 할지는 여전히 고민중"이라면서 "현재는 특검이나 헌재에 대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