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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정치부
폭풍 같은 1주일이었다. 지난 16일 경기도의회 연구단체 독도사랑·국토사랑회가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을 독도에 세우겠다며 모금 활동을 개시한 게 단초였다. '소중한 우리 땅에도 소녀상을 세워 보자'는 데서 비롯된 작은 불씨는 일본 외무상이 바로 다음 날 "독도는 일본 영토라 수용할 수 없다"고 도발, 기름을 끼얹으며 불길이 확 치솟았다.

"부질없는 주장을 포기하라"며 일본 망언에 강하게 대응하고 나선 정부는 정작 '독도 소녀상'에 대해선 "성격이 다른 두 문제를 연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19일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동시에 지방공무원 신분인 도의원들이 모금 활동을 하는 것은 법에 위배된다며 제동을 걸었다. 정부의 진화에도 불은 쉬이 꺼지지 않는 모양새다. 한·일 양국의 시선이 독도와 소녀상에 집중됐고,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문제로 귀국한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일본대사는 독도 소녀상이 불 지핀 양국 갈등 속 보름을 넘긴 24일 현재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치솟은 불길이 국내는 물론, 현해탄을 넘어 일본에서까지 타오르자 여론이 술렁였다. 중국과 사드 문제로 대치하는 현재, 일본까지 자극하는 게 누구를 위한 길이냐며 도의회를 향해 "철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치인들의 이슈몰이가 위안부 문제로 압박을 받던 일본에게 독도 문제라는 '출구'를 만들어준 셈이 돼,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사과를 받을 기회를 멀어지게 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러한 냉소에 "우리 땅에 뭘 설치하든 무슨 상관이냐"며 달아오르던 여론도, 도의회의 움직임도 '철없는' 행태로 치부되며 일순간 주춤해졌다.

분명 독도와 위안부 피해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두 문제 다 일본의 잘못과 왜곡을 공통분모로 삼고 있지만 "왜 우리 땅인데 일본은 억지 주장을 하나" "왜 일본은 명백한 전쟁 범죄를 사과하지 않나"라는 비난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고도의 전략이 수반돼야 하는 문제다. 독도 소녀상이 '투트랙' 접근이 필요한 두 사안에 섣불리 불을 놨을 수 있다. 그러나 '실효 지배 공간'을 넘어 모두가 '소중한 우리 땅'이라고 외치는 곳에 바른 역사를 새기고 기억하자는 외침을 단순히 '철이 없다'고만 치부할 수 있을까. 각계가 머리를 맞대고 슬기롭게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지만 "일본 눈치 좀 안 보고 우리 역사, 우리 땅을 말하고 싶다"는 염원마저 뒷전이 돼 버려선 안된다.

/강기정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