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된 금액만 1조4286억원
경기·인천, 3년 연속 증가세
제조업체 많은 공단 더 심각
고용부 "명절 집중지도 연장"
"가족들은 물론 시골에 계시는 부모님을 차마 뵐 면목이 없네요…."
화성시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공장에 다니는 정모(36)씨는 설을 앞두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경기침체에 최근 자동차수출까지 감소하면서 관련 부품업체들이 모두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급기야 정씨가 다니는 A사는 19억원에 달하는 직원들의 월급을 체불하기에 이르렀다.
명절 보너스는 고사하고 당연히 받아야 할 월급까지 밀리자 정씨는 "가족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해야 하는지 정말 고민된다"며 "설에 부모님을 찾아뵈려는 계획은 아예 접었다. 선물이라도 하나 보내드려야 하는데 그마저도 어려울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체불임금이 무려 1조4천28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갱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수치는 노동자들이 신고한 체불임금만 합산한 것으로, 미처 신고되지 않은 액수까지 포함하면 실제 체불임금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의 경우 체불임금 신고건수 및 액수가 2014년 5만157건·3천213억원, 2015년에는 5만5천208건·3천429억원, 2016년은 5만6천676건·3천562억원으로 최근 3년 연속 체불임금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기도는 전국에서 임금체불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천시 역시 2014년 1만795건·630억원, 2015년 1만2천28건·679억원, 2016년 1만2천879건·757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이런 지표에 대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측은 "고용노동부 자료 수치를 보면 제조업체들이 몰려 있는 공단에서 특히 임금 체불률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고는 1월 중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체당금(노동자가 임금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할 경우 근로복지공단이 사업주를 대신해 일정 한도 내에서 지급하는 돈) 규정을 고치는 것 뿐이다. 보다 근원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측은 "올해는 경기상황 악화 등으로 체불임금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설을 앞두고 통상 2주간 시행하던 집중 지도기간을 3주간으로 연장했으며, 1천여 명의 근로감독관들이 체불임금 상담·신고사건 처리를 위해 비상근무를 하고 있다"며 "특히 재산은닉 등 체불청산을 고의로 지연하거나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구속수사 등 엄정하게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선회기자 ks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