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폐사체 방치 등 미흡한 처리
65% 철새 도래지 인접 감염 노출
日은 고립지역서 사육 원천 봉쇄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농가의 상당수가 철새 도래지 인근에 위치하고, 닭 배설물이 쌓인 곳에 폐사체를 그대로 방치하는 등 애초부터 방향성 없는 방역정책이 AI 확산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방역당국이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전국의 AI 발생농가 47곳을 대상으로 농장 상황 및 주변 환경, 방역 관리, 발생원인 등 AI 역학조사를 실시한 결과, 농장의 입지조건과 폐사체 처리 방식에서 문제점이 발견됐다.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철새 도래지인 하천·저수지와 1㎞ 이내에 위치한 농장이 모두 25곳이었고, 1~5㎞ 사이 위치한 농장은 6곳으로 전체 농가의 65%가 철새와 인접해 있는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나마 철새 도래지와 5㎞ 이상 떨어진 농가는 15곳에 불과했다.

특히 전남 나주의 한 육용오리 농장의 경우, 농장과 불과 5m 거리에 저수지가 있어 철새가 많이 관찰됐고 경남 양산의 한 산란계 농장은 인근에 개 농장이 다수 존재하고 있어 개 농장의 잔반으로 인해 까마귀가 셀 수 없이 많이 확인되기도 했다.

폐사한 가축의 처리도 미흡했다. 현재 발효처리 또는 소각하도록 돼 있는 가축 폐사체를 원칙에 따라 처리하는 곳은 13곳(발표 8곳·소각 5곳)에 그쳤다. 조류를 비롯해 야생동물들이 드나들 수 있는 계분장(닭 배설물 적치장)이나 퇴비에 버리는 농가가 25곳이나 됐고 농장내 매몰하는 농가도 5곳이었다.

심지어 폐사체를 개에게 주는 농가도 있었다. 또 인천 서구의 한 토종닭 농가는 폐사한 가축을 축사에 그대로 방치했고 경남 고성의 한 육용오리 농장은 길 옆에 폐사체를 버린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말, 국내에서 포유류 최초로 AI 확진 판정을 받은 포천의 한 고양이가 AI 감염 조류의 폐사체를 먹고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 상황으로 폐사체 처리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진 셈이다.

특히 28곳의 농가가 야생조류로 인해 감염되거나 37곳은 축사를 출입하는 사람이나 차량에 의한 기계적 전파가 발생원인으로 지목돼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지를 방증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 관계자는 "일본은 (산란계 100만마리 이상의) 대규모 사육 농가 대부분이 산이나 고립된 지역에 위치해 있어 철새로부터의 감염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앞으로 입지선정 요건 등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의 한 산란계 농가에서 AI 양성반응이 나와 반경 500m 이내 닭 12만8천여 마리가 살처분 대상이 됐다. 포천에서 AI 의심신고가 접수된 것은 지난 12월19일 이후 36일 만이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