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디플레이션 공포로부터 벗어나는 양상이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끌어내린 것도 모자라 양적 완화를 통해 대규모로 돈을 풀었어도 물가 오름세는 요지부동이었다. 유로존(유로화사용 19개국)의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대비 1.8%가 올라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일 월스트리트저널(WJ)은 최근 들어 일본에서도 소비자물가와 임금이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점차 인건비와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는 중이다. 미국경제가 그나마 순항하고 있는 것은 작년 1월 배럴당 20달러대로 추락한 국제유가가 1년 새 50달러대 초반으로 오른 영향이 컸다. 세계 곳곳에 암초들이 있어 예단은 금물이나 인플레 기대치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국내 물가오름세도 심상치 않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대비 2%포인트 인상됐다. 국제유가 및 국내 농축수산물가격 상승이 결정적이었는데 특히 밥상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주부들은 만원짜리 한 장으로 한 끼 차려내기도 버겁다며 하소연이다. 장바구니 물가가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정부의 반응은 별로다. 조류독감(AI)으로 치솟던 달걀값 상승세가 일단 둔화한 데다 산란계 조기수입과 수입물량 확대로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최근의 '미친' 채소가격은 한파와 폭설 등 기상이변에 기인하나 봄철이 멀지 않아 곧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확언했다. 오히려 물가에 일희일비하는 세태가 더 문제라며 재탕·삼탕의 뒷북대책들만 쏟아낸다.
선진국들과는 달리 한국은 최근 5분기 연속 성장률이 0%대를 기록 중인바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마이너스 상태다. 국제 곡물가격이 치솟으면서 생산자물가는 5개월 연속 상승 중인 데다 환율은 또 다른 변수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고통 체감도는 정부 공식발표의 무려 12배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탄핵정국 장기화에다 대선까지 맞물려 물가 당국의 리더십 둔화는 더 걱정이다. 국민 모두가 물가단속에 나서는 해프닝만은 없어야 할 것이다.
[사설]장바구니 물가 불안 해소에 팔 걷어붙여야
입력 2017-02-05 22:06
수정 2017-02-05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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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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