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생 충북 젖소농가 이미 접종
항체형성률 19%그쳐 '신뢰성 논란'
도내 작년조사 94% 시군별 '차이'
돼지는 더 떨어져 '방역구멍' 우려
농민들 "허탈… 피해가기만 바랄뿐"


지난해 3월 충남 홍성 이후 11개월만에 구제역이 첫 발생한 충북 보은군의 젖소 농가에서 구제역 백신을 이미 접종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백신의 신뢰성에 대한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방역당국이 보은군 구제역 발생 농가의 젖소 혈액을 분석한 결과, 항체형성률이 기대치와 전혀 다르게 낮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신뢰성 불안 논란에 불이 붙었다.

이에따라 경기도의 축산농가들은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의 방역정책에 맞춰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충북도 등에 따르면 이날 구제역 확진 판정을 받은 보은군 젖소 농가에서 의심 증상을 보인 젖소 5마리를 포함해 총 21마리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항체 형성률이 1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소 10마리 가운데 2마리에만 항체가 있다는 뜻으로, 전국 농가의 백신 항체 형성률(지난해 12월 기준 소 97.5%, 돼지 75.7%)과 비교할때 지나치게 낮은 수치다.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 12월 도내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는 소, 돼지 246만2천여 마리 가운데 6만6천여 마리를 대상으로 백신 항체 형성률을 조사한 결과 소 94.6%, 돼지 67.8%로 조사됐다. 전국 평균에 조금 못미치는 수치이지만, 경기도는 이같은 항체 형성률을 내세워 구제역이 단기간에 광범위하게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각 시군별 항체 형성률 조사 결과를 확인한 결과 화성 87.1%, 안성 88.4% 등 도내 일부 시·군은 소 백신 항체 형성률이 80%대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돼지의 경우 백신을 접종한 경우에도 항체 형성률이 더 크게 떨어졌다.

수치가 가장 낮게 나타난 의왕의 경우는 항체 형성률이 41.0%에 그쳐 절반에도 크게 못미쳤다. 광주(52.7%), 시흥(55.9%), 김포 (59.6%) 등도 도에서 지정한 구제역 집중 점검 대상 기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소·돼지의 항체 형성률이 들쭉날쭉 하는 차이를 보임에 따라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경우 항체 형성률이 저조한 도내 일부 농가는 방역에 구멍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난 2010년 구제역이 발생해 348만여 마리의 소와 돼지 등을 살처분한 이후 백신 접종이 의무화됐는데도, 도내 일부 농가는 부작용 우려 등으로 백신 접종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방역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2월 도는 구제역 검사·주사·약물목욕·면역요법 또는 투약 등을 위반한 도내 10개 시·군 22개 농가에 총 2천여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 상태다. 경기도가 6일부터 각 시군 공무원들과 함께 도내 1만4천여 우제류 사육농가에 대한 백신접종 확인을 시작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 따라 취약 농가에 백신을 재접종하더라도 항체 형성까지는 소는 1주, 돼지는 2주 이상 걸려 일종의 '면역 공백기' 발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방역 당국이 이 기간을 확산의 고비로 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백신접종 농가들의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2015년 구제역 발생 당시 소와 돼지 4만2천여 마리를 살처분한 한우협회 안성지부 관계자는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해마다 백신을 접종하고 전염병을 막으려고 노력했는데도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허탈하다"며 "구제역이 피해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냉장 보관해야 하는 백신을 상온에 뒀다거나 주사를 잘못 놓으면 백신 항체 형성률이 떨어질 수 있다"며 "소규모이거나 농장주가 고령인 경우, 일반 사료 대신 음식물을 사료로 주는 농가 등 방역에 취약한 도내 3천여 개 농가를 대상으로 백신을 일괄 접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윤영·신지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