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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이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압수수색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격한 대립 양상을 보이던 특검이 법원의 판단을 구하고 나선 것이 특검팀과 청와대의 타협점을 찾는 계기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과 박흥렬 대통령 경호실장이 내린 압수수색 불승인 결정을 취소해달라고 박영수 특별검사가 10일 서울행정법원에 집행정지 신청과 본안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양측이 어떤 식으로든 대화하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서울행정법원은 사안의 중대성이나 이례성 등을 고려해 특검 측 대리인과 청와대 측 대리인이 참여하는 심문 기일을 열어 양측의 의견을 들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특검은 압수수색이 필요한 이유를, 청와대 측은 압수수색을 승인할 수 없는 이유를 재판부에 역설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심문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자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 서로 부담을 안게 될 양측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시작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법원이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 청와대 측의 불승인은 효력을 잃고 특검은 압수수색을 할 수 있게 된다.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는 기각시 즉시항고 절차를 밟아 다시 다툴 수 있지만 인용될 경우 추가로 다툴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없다.

이 경우 청와대는 사상 첫 압수수색이라는 불명예를 떠안는 것은 물론, 정당한 법 집행을 거부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법원이 특검의 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압수수색을 거부한 청와대 측의 결정에 힘이 실리고 박 대통령 대면조사 문제를 놓고 답보 상태에 빠진 특검 수사가 급격히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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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이규철 대변인이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언론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만약 법원의 결정이 나오기 전에 양측이 합의점을 찾아 청와대 측이 특검으로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는 절충이 이뤄진다면 정면 대결을 피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간 양측이 밝힌 입장을 보면 접점이 없지는 않다.

청와대는 임의제출 이외의 압수수색에 응할 수 없다고 밝혔고 특검도 통상적인 방식의 전방위 수색 및 압수를 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다만, 특검은 수사에 필요한 자료 원본을 받아야 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양측이 조율해 압수수색영장에 기재된 자료 원본을 특검에 제출하는 방안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법조계의 한 원로는 심문 과정 및 신청 취지 변경 등의 절차를 거쳐 법원이 한쪽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양측의 주장을 절충한 결정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국정농단 수사에 착수한 특검과 최고 권부로서 기능하는 청와대라는 두 국가기관의 이해관계 충돌이라는 사안의 성격상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리를 선언하기가 쉽지 않다는 인식도 깔렸다.

이규철 특검보는 "제3의 기관인 법원이 영장 집행에 대하여 적절한 중재·조정도 해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10일 브리핑에서 언급했다.

하지만 이런 관측과 달리 특검이나 청와대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과가 나온다고 확신한다면 양측이 행정재판을 계기로 타협하지 않을 수도 있다.

청와대는 군사·공무상 비밀을 보유한 장소로서 특수성을 판례로 확인받는다는 방침을 고수할 수 있고 특검팀은 이번에 확실한 선례를 남기고 법원의 판단을 토대로 정면 대결하는 것이 성역없는 수사를 천명한 특검 취지에 부합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청와대 압수수색이나 박 대통령 대면조사의 흐름은 법원의 결정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어서 사법부의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