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우선접종 돼지엔 A형 항체없어
도내 사육두수 '소 4배' 198만여마리
감염시 바이러스 배출 1천배 많아
전염성 커 '대형피해' 불안감 증가
연천에서 A형 구제역이 발생하면서 경기도 축산농가들이 12일까지 소·돼지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을 부랴부랴 완료했지만, 소보다 사육두수가 4배 이상 많은 돼지에는 정작 A형 구제역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O+A 혼합백신을 접종하지 못하면서 돼지 농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현재 경기지역에서 사육 중인 우제류(소·돼지 등 발굽이 2개로 갈라진 가축)는 246만마리다. 이 중 소는 농가 1만2천192곳에서 45만4천여마리를 기르고 있고, 돼지는 농가 1천321곳에서 198만7천여마리를 사육 중이다.
돼지 사육두수가 소보다 4배 이상 많지만, 이날까지 정부 등이 배부한 O+A 혼합백신은 소 사육농가에 집중됐다. A형 구제역이 지난 2010년 1월 연천·포천에서 발생한 후 7년 만에 다시 발병해 보유 중이었던 O+A 혼합백신 수가 턱없이 부족했던데다 2010년 1월과 이번 사례 모두 소에게서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소가 우선 대상이 된 것이다.
정부로부터 O+A 혼합백신을 배부받은 북부지역은 물론, 남부지역에서도 시·군이 갖고 있던 소량의 혼합백신을 모두 소에게 접종했다. 돼지에게는 O형 백신을 접종했다.
앞서 4월과 10월 1년에 두 차례 이뤄지는 정기 백신접종 때도 소에겐 대부분 O+A 혼합백신이 접종됐지만 돼지에겐 O형 백신이 접종됐다. 적어도 돼지는 현재 A형 구제역에 대한 항체가 형성돼있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에 돼지가 A형 구제역에 감염될까 불안해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소에 비해 돼지는 한 농가당 기르는 사육두수가 많고 구제역에 걸리면 공기 중으로 배출하는 바이러스양도 소보다 최대 1천배가량 많아 더 빠른 속도로 피해가 번지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아직 돼지가 A형에 감염된 사례는 없지만, 전세계적으로는 지난 2013년부터 2015년 5월까지 발생한 25건의 A형 구제역 중 3건이 돼지에서 발생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돼지가 A형 구제역에 걸리면 어쩌나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부에서도 별다른 지침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12일 수원 경기도동물위생시험소에서 열린 새누리당과의 대책회의에서 이달 말까지 O+A 혼합백신 160만마리 분을 긴급 수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돼지가 A형 구제역에 걸리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구제역이 확산됨에 따라 경기지역 시·군들은 12일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지난 8일 연천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되자 O형 백신을 부랴부랴 접종했던 북부지역에선 지난 9일 A형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오자 소에 스트레스 완화제까지 함께 투여하며 O+A 혼합백신을 보강 접종했다.
연천에선 군 제독차량마저 투입됐다. O형 백신을 배부받은 용인과 평택·안성 등 남부지역에서도 지자체가 자체 보유하고 있던 O+A 혼합백신까지 동원해 소·돼지 등 우제류 농가에 대한 백신 접종을 끝냈다.
/윤재준·오연근·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