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방어하는 대통령 대리인단이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과 관련해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해 헌법재판소가 별도의 검증절차 기일을 지정할지주목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대리인단이 주장하는 '고영태 녹음파일'의 검증을 위해 헌재가 추가로 검증절차 기일을 지정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대통령 대리인단은 14일 변론에서 "(녹음파일을) 증거로 제출하려면 법정에서 직접 틀어보는 검증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헌재는 대통령 측이 검증을 신청하면 16일 열릴 변론에서 신청을 받아들일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녹음파일 2천300여개에는 고씨가 대학 동기이자 친구인 K스포츠재단 노승일 부장, 대학 후배인 박헌영 과장 등 주변 인물들과 나눈 대화가 녹음된 것으로 전해진다. 대통령 측은 고씨가 지인들과 짜고 사익을 추구한 정황이 들어있다고 주장한다.

검증절차란 재판관이 직접 사물의 성질·상태나 현상을 검사해 그 결과를 증거자료로 삼는 증거조사 절차를 말한다.

고영태 녹음파일 자체를 증거로 제출할 수도 있지만, 녹음파일을 재판관이 직접 듣게 한 후 그 검증 결과를 증거로 낼 수도 있다.

대통령 대리인단은 녹음파일 속 대화 내용의 실제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녹음파일 자체를 증거로 제출하는 것보다는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대통령 대리인단 한 관계자는 "대화 속 지시 내용도 녹취록을 통해 접하면 지시의 강도나 강제성을 확연하게 느낄 수가 없다"며 "철저한 검증을 위해 별도의 기일 지정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검증절차기일이 추가로 지정되면 2월말 최종변론 후 3월 초 선고라는 '탄핵심판 로드맵'의 수정이 불가피하게 된다.

이달 22일까지 증인신문 일정이 잡혀있는 만큼 24일 또는 28일로 지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이달 말 최종변론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다만 헌재가 대통령 측 요청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는 의견도 많다.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3월 13일 이전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헌재가 추가 일정을 잡기보다는 기존 일정을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증은 하더라도 추가 기일을 잡기보다는 기존 일정 중 빈 시간을 활용하는 형태로 검증을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다.

헌재가 불필요한 증인 신청은 받아들이지 않고 불필요한 증인 채택은 취소하는 등 적극적인 소송지휘권을 행사하고 있어 향후 어떤 입장을 보일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