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은 18일(현지시간) 독일에서 열린 외교장관회담에서 주한미군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입장 차이를 재확인했다.
뮌헨안보회의에 참석 중인 윤 장관은 이날 뮌헨 매리어트 호텔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약 45분간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왕 부장은 사드 배치에 반대한다는 중국 정부의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배치를 서두르지 말라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고 배석한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그러나 윤 장관은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자위적 방어조치'라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지난 12일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사드 배치의 당위성을 보여준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 장관은 최근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분야는 물론 예술 분야까지 중국의 보복성 조치가 나오는데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중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사드 관련 보복조치의 철회를 고위급에서 공식 요구한 것이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윤 장관은 이어 중국이 사드 관련 보복조치를 철회하는 것이 최근 중국 정부가 지향하는 보호주의 반대 기조와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 부장은 사드 관련 보복성 조치에 중국 정부는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민의 정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양국 장관은 북한의 지난 12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철저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윤 장관과 왕 부장은 중국 상무부가 최근 발표한 북한산 석탄 수입 중지 조치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윤 장관은 "지난 4년간 양국관계는 공주동제(共舟同濟·같은 배를 타고 간다) 정신에 의해 큰 발전을 이뤘다"며 "도전 과제가 있지만 양국관계 발전은 역사적 대세라는 공통인식하에 극복하자"고 말했다.
이에 왕 부장은 "양국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자는 중국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화답했다.
회담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윤 장관은 "이번에 (왕이 부장과) 14번째 만났다"며 "양측이 어려운 도전이 있지만 서로 지혜를 갖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특히 금년이 한중 수교 25주년이라서 더욱 그런 생각을 서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도 이런 고위급의 전략적 소통을 다양한 계기에 계속 갖기로 했다"고 전했다.
윤 장관과 왕 부장은 지난 13일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김정남 암살 사건에 대해서도 간략한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담은 양국 간의 사드 갈등을 반영하듯 냉랭한 분위기에서 시작됐다.
정오(한국시간 18일 오후 8시)께 회담을 시작한 윤 장관과 왕 부장은 회담을 앞두고 회담장 앞에서 웃음기 가신 굳은 표정으로 악수를 했고, 카메라 앞에서 두 장관은 서로 눈도 맞추지 않았다.
통상 외교장관 회담의 경우 회담장에서 양측의 모두발언을 언론에 공개하지만 이번 회담에서는 언론의 회담장 입장 자체를 허용하지 않았다.
회담은 왕 부장이 묵는 숙소에서 열렸다. 외교 회담 때 양측이 같은 급일 경우 '호스트' 측에서 먼저 회담장에 자리를 잡고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날 윤 장관은 회담 개시 전 먼저 호텔에 도착해 대기했고, 왕 부장은 예정된 회담 개시 시간에 정확히 맞춰 회담장에 왔다. /뮌헨<독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