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기간이 끝나기 무섭게 주인이 나가라고 하더군요. 전세 가격은 더 올랐고, 그나마 구하기도 힘들어 한숨만 나옵니다."
수원 화서동에 사는 안모(63)씨는 요즘 매일 같이 주변을 다니며 전셋집을 찾고 있다. 2년 전에도 어렵게 전세를 구해 이사를 왔는데, 또 이사를 가야 할 처지에 몰린 것이다.
그나마 전셋집을 찾기도 만만치 않다. 2년 동안 비슷한 평수의 집은 전셋값이 1천만원 넘게 올랐다. 대규모 입주단지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요즘은 그것마저 뜸해져 집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본격적인 봄 이사철이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도 여지없이 전세난이 우려되고 있다. 특히 올 봄 수도권에는 몇몇 지역을 제외하고 대규모 입주단지도 씨가 말라 전세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1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봄 이사철을 앞두고 수도권 주요 지역의 전셋값 강세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부동산시장 주간동향에도 이달 13일 기준으로 인천의 평균 전셋값이 전주보다 0.03% 올랐고, 전월 대비로는 0.11%나 올랐다. 경기도 전셋값 평균 역시 전주 대비 0.02%, 전월대비로는 0.05%가 상승했다.
전세 수요가 많은 지역의 경우에는 전셋값 상승이 더욱 두드러졌다. 송도신도시가 위치한 인천 연수구의 전셋값은 1주일만에 평균 0.06%, 전월보다는 0.3%가 올랐다. 수원 영통구도 전셋값이 전주보다 0.07%, 전월보다 0.22%나 뛰었다. 성남 분당구 역시 전주보다 0.06%, 전월대비 0.21%가 올랐다.
이처럼 전셋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전세 수요가 늘고 있는데 비해 전세 공급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부동산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우려 등으로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전세로 돌아서고 있는 상황에서, 수도권에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었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2~4월 입주예정 단지를 보면, 인천은 2월에 삼산 1블록 영구임대 208세대, 3월에 남동구 간석동 255세대와 논현동 298세대, 4월에 계양구 계산동 57세대 등 3개월간 입주물량이 818세대에 불과하다.
경기도는 2월에 5천205세대, 3월에 4천974세대, 4월에 2천910세대 등 3개월간 1만3천89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중 절반이 넘는 7천239세대가 하남·김포·화성·시흥 등 신도시가 조성되는 4곳에 몰려있어 나머지 지역들은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최규원기자 mirzstar@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