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농가 반경 10㎞이내 금지조치
90일이상 일년 1/3 사육기회 잃어
살처분이어 생산급감 '생계 위협'
선별적·반경3㎞ 제한등 대책 필요
"입식제한 때문에 육계산업 전체가 휘청거리고 있습니다"
21일 오후 화성시 정남면의 한 육계농가. 5만 2천수를 사육하는 이 농가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90일 이상 입식(병아리를 축사에 넣는 것)을 하지 못했다. 50일에 한 번 꼴로 닭을 출하하고 축사 소독 등을 이유로 보름을 쉰다는 것을 감안하면, 1년 사육의 1/3을 손해 본 셈이다.
축사를 지으며 13억원의 대출을 받은 농장주 A씨는 몇달째 수입이 없어 매월 내야할 이자도 못내고 있다. A씨는 "매월 이자만 500만원에 달해 사실상 파산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육계농가와 계약을 맺고 닭을 공급받는 도계업체도 비상이다. B도계업체는 계약을 맺은 도내 64개 농가 중 40곳에 입식제한조치가 내려져 매주 50만수를 도계하던 것이 20만수 미만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었다. B업체 관계자는 "육계산업은 농가부터 도계업체까지 수직 계열화돼 있어 입식제한이 걸리면 산업 전체가 위기에 빠진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4일을 마지막으로 AI가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대규모 살처분 피해는 발생하고 있지 않지만, 입식제한으로 육계농가의 2차 피해가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AI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상향되면서 발생농가 반경 10㎞ 이내(방역대) 농가에 병아리 입식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동시다발적으로 AI가 퍼지자 방역대는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고, 화성시의 경우 바다와 인접한 송산면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지역이 입식금지된 상태다.
농가들은 AI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입식을 허용 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어 벙어리 냉가슴만 앓아 왔다. 도가 이날 여주·이천·평택·연천에 대한 이동제한을 해제하면서 입식제한 지역은 차츰 줄어드는 추세지만, 농가들은 매년 AI로 입식제한 사태가 반복되면 "양계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이번 AI사태를 계기로 현행 4단계인 위기경보를 2단계로 축소한다는 계획이지만 향후 이동제한 및 입식제한 조치가 더 광범위해질 가능성도 크다. 이 때문에 육계업계 일각에서는 위기경보 시스템 강화와 함께 선별적 입식제한 등 피해예방 대책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위기경보 시스템을 강화해 AI 발생 즉시 '심각' 단계로 돌입하더라도 입식제한 범위를 발생농가 반경 3㎞로 유지하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육계업계의 한 관계자는 "입식제한은 업체의 생사가 걸린 문제인만큼 업계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