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원가 이하 가격 유통
작년말 온라인·마트 등장
'여주 대왕님' 1만여원 ↓
"가격차 2배, 판매 어려워"
"20㎏ 1포에 2만원대 저가 쌀들이 쏟아져 나오니 명품으로 꼽히는 브랜드 경기미까지 가격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농민이며 미곡처리장이며 다같이 망할 판입니다."
하염없이 떨어지는 쌀값이 심각한 상황에 다다르고 있다. 남아도는 쌀을 처리하기 위해 비정상적인 가격대의 쌀이 시중에 쏟아져 나오고, 그 때문에 브랜드 쌀의 가격까지 동반 추락하는 상황이다.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대의 쌀이 계속 유통될 경우 쌀 산업의 근간이 무너질 것이라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2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쌀 소비 감소와 생산량 증가 등으로 인해 농협과 미곡처리장 등의 쌀 재고가 급증하면서 온라인몰 등에 20㎏ 한 포에 2만원대 가격의 쌀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는 전라도 지역 민간 RPC(미곡종합처리장)에서 생산된 B쌀이 20㎏ 한 포에 2만8천500원, 강원도 홍천지역에서 생산된 H쌀 20㎏이 2만7천500원, 전라도 보성지역 농협이 생산한 D쌀이 2만9천900원에 판매되고 있다.
2만원대 20㎏ 쌀은 쌀값이 폭락하기 시작한 지난해 가을부터 온라인몰에 속속 등장하기 시작해 갈수록 확산되는 추세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이날 롯데마트가 G쌀 20㎏ 한 포를 2만9천800원에 판매하는 등 '2만원대 쌀'이 등장하고 있다.
이같은 쌀 가격은 유통비용까지 감안한 쌀 생산원가가 남도쌀은 3만원대 후반, 경기미는 4만원대 중반인 것을 감안할때 생산비에도 한참 못미치는 '덤핑'에 가까운 수준이다.
더욱 문제는 이처럼 비정상적인 가격의 쌀이 시중에 풀리면서, 고품질 경기미의 가격까지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품 경기미로 꼽혀 20㎏ 한포에 5만원대 후반에 유통되던 여주 대왕님쌀의 경우도 이날 홈플러스와 AK몰에서 4만9천900원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주RPC 관계자는 "대왕님쌀의 생산원가는 20㎏ 한포 기준 5만3천원 내외로, 4만9천900원은 생산원가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며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가격 인하 압박을 해와 행사상품용으로 일부 물량이 그 가격에 나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시중에 2만원대 20㎏ 쌀이 무더기로 나오다 보니, 대왕님표 쌀과 가격차가 2배까지 벌어져 판매마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고 있는 쌀시장을 돌리기 위한 특단의 정부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