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시가 해외원조와 국제교류를 한다는 명목으로 시민 세금을 투입해 몽골 울란바토르시에 설립한 '대한민국남양주시문화관(이하 문화관)'(2월 27일자 23면보도)이 사실상 몽골인의 손에 넘어간 것으로 드러나 '국제 사기'를 당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남양주시가 '문화관'을 운영하기 위해 지역 유력 인사들로 구성한 '남양주몽골장학회(이하 장학회)'가 지분다툼에 골몰하는 사이 벌어진 일로 뒤늦게 몽골인을 처벌해 달라고 울란바토르시에 요청한 남양주시나 장학회 이사진 모두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1일 남양주시와 '장학회' 등에 따르면 현재 울란바토르시에 있는 문화관 부지 2천842㎡는 현지 몽골인으로 장학회 관리이사를 맡고 있는 A씨 명의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땅은 지난 1998년 남양주시와 울란바토르시 간 우호협력 계약이 맺어지면서 장학회가 몽골당국으로부터 무상임대받았던 땅이다.

A씨는 이에 대해 지난 2015년 6월 자신의 부인을 '몽골남양주문화 유한책임회사(장학회 현지 법인명)'의 대표 임시대리인으로 내세워 울란바토르시 재산관리청에 문화관 토지를 자신 명의로 변경해 달라고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같은 해 7월 토지사용권 명의를 양도받는 등 땅을 가로챈 정황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장학회 주주총회 결의서를 위조하는 한편 '장학회' 이사들에게 몽골 현지법상 토지의 멸실을 막기 위해선 명의를 개인으로 해야 한다고 밝혔고, 장학회 측은 A씨의 말만 믿고 토지 사용권을 장학회 법인이 아닌 A씨 앞으로 등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거짓'인 것으로 밝혔다. 울란바토르시 관계자는 공문을 통해 "토지의 명의자가 개인이어야 할 이유는 몽골법에 전혀 없다"며 "장학재단 등 법인의 경우 되레 법인 명의로 토지 사용권을 세워두는 것이 몽골에서도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비정부기구(NGO)로 운영되던 장학회의 명의가 유한책임회사로 변경된 과정도 석연찮다. 현지 확인결과 NGO로 등록돼 있을 경우엔 토지세 등 세금을 면제받지만 A씨는 현지 사정을 들며 법인을 유한책임회사로 바꿀 것을 종용했다. 유한책임회사는 감사 등을 두지 않아도 돼 보다 자의적인 운영이 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주 업무인 장학사업도 기준이 모호해 지금껏 성적 등 수치화된 기준 없이 이사진이나 현지인 추천에 의해 장학금 지급이 제멋대로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장학회 관계자는 "위조문서가 작성된 건 잘못이지만 A씨는 전직 울란바토르시 공무원으로, 사리사욕을 챙겼을 리 없다"며 "현지 사정을 잘 몰라 세부운영을 A씨에 위임했는데, 우리는 자비까지 들여가며 장학회를 제대로 운영하려 했고 장학생 선발도 추천을 통해 공정을 기하려 했다"고 밝혔다.

/이종우·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