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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이3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입국 심사 카드를 작성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자국 여행사를 통해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을 금지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관광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수도 베이징(北京)에 이어 전국으로 한국 관광상품 판매의 전면 금지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3일 현지 여행업계에 따르면 상하이(上海) 여유국도 이날 주요 여행사들과 긴급회의를 열고 오는 15일부터 여행사를 통한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라고 구두 지시하고, 관련 지침 7개 항목을 각 여행사에 공지했다.

7개 지침에는 단체와 개인(자유) 한국 관광상품 판매 금지, 롯데 관련 상품 판매 금지, 온라인 판매 한국관광 상품 판매 종료 표시, 크루즈 한국 경유 금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7번째 항목에는 이를 어길 시 '엄벌'(重罰)에 처하겠다는 지시도 포함됐다.

베이징과 상하이 외에도 장쑤(江蘇)성, 산둥(山東)성, 산시(陝西)성의 여유국이 주요 여행사 관계자들을 소집해 이 같은 내용의 지시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한국 관광 금지 조치가 베이징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확대 시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확실해졌다. 나머지 성, 직할시들도 조만간 여행사 소집 회의를 갖고 국가여유국 지침을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관광객의 최다 송출지인 상하이(上海), 장쑤(江蘇)성 등 동부지역 여행사들이 한국 관광상품 취급을 중단함에 따라 한국행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는 급감할 전망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 1일 각 성, 직할시의 여유국장들을 모아놓고 지역별로 이 같은 지침을 시달토록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민간 교류 분야에서 비공식 보복조치로 최고 수위로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가 극에 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하이 소식통은 "중국 국가여유국이 먼저 지역별 여유국장 회의를 통해 한국관광상품 취급 중단 지침을 시달했고 수도인 베이징을 시작으로 내주 초까지는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지침이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도 "베이징 회동 내용에 대해 중국 여행사들이 말을 극도로 아끼고 있지만 한국 여행 상품 취급을 중지하라는 당국의 구두 메시지는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오는 15일부터 시행하려는 것은 예약 취소 등 중국 여행사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시간을 주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이번 조치에 따라 한국행 단체관광은 물론 자유여행이더라도 온·오프 여행사를 통해 항공티켓을 끊고 한국으로 출국하는 것도 금지된다.

소식통은 "이번 조치에 따라 중국인들이 여행사를 통해 한국을 여행하는 길이 모두 막히며 단체 여행 상품 중 풀패키지를 포함해 에어텔 상품, 반자유 여행상품 등도 모두 이용할 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개인이 한국 여행을 하려면 직접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의 이런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 또한 대책 마련에 돌입한 상태다.

한국 정부는 중국 공관과 업계들을 대상으로 이번 중국 국가여유국의 한국 관광상품 판매 중지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런 조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공식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지난해 사드 배치 발표 후 한류 연예인의 중국 방송 출연 금지 및 한국 드라마 방영 금지 조치처럼 중국 정부의 공식 문건이 아닌 구두 메시지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는 공식 문건이 없으므로 중국 측에서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할 경우 한국 정부가 이를 입증하기 어려울 뿐더러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기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금한령부터 중국 내 모든 사드 관련 보복이 문건은 없는 구두 메시지로만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는 심증은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한국 정부 또한 고민스럽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상하이·베이징=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