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초등학교 예비소집 불참 아동의 소재를 파악하던 중 찾아낸 7년전 버려진 아이 장한석(7·가명)군.

한석이는 태어난 지 한 달여 만에 친모에게서 버려진 사실도 모른 채, 자신에게 주민등록번호가 2개인 사실도 모른 채 7년을 살아왔다.

우리 사회는 왜 한석이의 존재를 7년 동안 모르고 있었을까.

연합뉴스가 한석군의 사례를 추적한 결과, 보건복지부 복지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사실이 확인됐다.

사정은 이랬다.

2010년 9월 A(26·여)씨는 열아홉 살에 경기도 안양 모처에서 한석이를 낳았다.

동사무소에 출생신고를 한 것을 보면, 처음부터 버릴 생각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 달여 뒤 A씨는 "경제적 능력이 없다"며 안양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 한석이를 버렸다.

한석이의 배냇저고리 안엔 이름도 생일도 적혀있지 않았다.

경기남부아동일시보호소를 통해 아이는 수원의 한 보육시설에 맡겨졌다.

한석이는 성도 이름도 다른 '욱이(가명)'란 신분으로 새 주민등록번호를 얻어 지금까지 생활해왔다.

지난 7년간 한석이란 이름은 엄마에게는 물론이거니와 우리 사회에서도 잊혔다.

그러던 중 올해 초등학교 입학 대상이 된 한석이를 찾아낸 건 경찰이었다.

교육당국의 신고를 받은 안양만안경찰서는 한석이란 신분이 행정에서만 존재하는 '유령'이었음을 알아냈다.

아이는 욱이란 이름으로 한 보육시설에서 생활하고 있어 안전하다는 것은 확인됐으나, 친모는 아동복지법상 아동유기 혐의로 형사 입건됐다.

그렇다면 경찰이 지난달 한석이를 찾아내기 이전, 정부와 지자체는 과연 무얼 했을까.

보건복지부는 한석이, 또는 평택 원영이와 같은 아동학대 사례를 찾아내기 위한 조치로 예방접종 등 의료기록이 없거나 양육수당 신청이 없었던 영유아 가정을 전수조사했다.

하지만 한석이는 버려진 2010년 10월경부터 지금까지 의료기록도 없었고, 그의 친모는 한석이 명의로 양육수당이나 보육지원금을 받은 사실도 없었는데, 당국은 한석이의 존재조차 몰랐다.

실제로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경기도에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 기록이 없는 163명(전국 810명)의 영유아 명단을 내려보냈고, 경기도는 전수조사에 나섰다.

아이가 태어나 단 한 번의 의료기록이 없다는 것은 아동학대가 의심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실시한 전수조사였다.

하지만 이 명단에 한석이는 빠져 있었다.

보건복지부가 아동안전을 검증하는 첫 번째 수단인 의료비 지출 여부 검증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다.

그런데도 담당 부서는 한석이 사례가 왜 시스템에서 누락된 것인지 문제를 찾는 것은 물론, 시스템을 개선할 의지조차 보이지 않고 있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이가 태어나고 버려지기까지 한 달 사이에 단 1차례 예방접종만 하였다면 명단에서 빠질 수 있다"라며 "의료기록 자료는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한석이가 어디서, 왜 누락됐는지는 확인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한석이가 누락된 이유를 조사해달라는 취재진 요구에 "한석이 사례가 기사화돼 문제가 되면 몰라도, 지금으로선 선제적으로 건보공단에 자료를 요청할 수 없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친모는 "한석이를 낳고 단 한 번도 예방접종을 맞힌 적이 없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가 확인한 결과, 한석이 친모는 7년 전 얹혀살던 지인의 집 주소로 한석이를 출생신고한 뒤 2011년 '거주불명' 처리됐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공단에선 친모와 한석이의 의료기록을 아예 관리하지 않았고, 예방접종 미실시 영유아 명단에서도 빠진 것이었다.

그제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거주불명자 처리됐다면 의료보험 대상에서 제외돼 건강보험공단 관리 명단에서 빠졌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경기도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양육수당이나 보육료 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은 영유아를 전수 조사해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한 바 있다.

이 또한 혹여 있을지 모를 아동학대 사례를 찾아내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경기도는 보도자료까지 내고, "전국 최초로 보육료 등 미신청자 1천999명을 전수 조사해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했고 이 중 4명의 특이사례가 있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추후 확인된 것이지만, 4명의 특이사례는 모두 아이가 안전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그러나 문제는, 실제 보건복지부가 경기도내 시군에 넘겨준 명단은 1천999명이 아니라 2천566명(전국 1만999명)이었다는 것조차 경기도가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보건복지부가 일선 시군에 명단을 내려보내 전수조사했고, 시군이 그 결과를 경기도에 보고한 것이 1천999명이었다"라며 "명단을 직접 복지부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어서 빠질 수도 있다"라고 해명했다.

특히 한석이는 이 2천566명의 명단에서도 빠져 있었다.

보건복지부 담당자는 "명단에 한석이 사례가 왜 빠져 있었는지에 대해선 조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의료비 미지출'과 '보육료 미신청' 내역은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정부와 지자체가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였지만, 사실상 제구실을 하지 못한 것이다.

언제, 어디서 평택 원영이나 안양 한석이 같은 학대받은 아이들이 추가로 발견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초등학교 예비입학 이전 아이의 안전상태나 아동학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인 시스템이 없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아이의 건강검진(예방접종) 내역과 장애 여부 등의 정보로 아이 안전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올 하반기 시행할 예정이다"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