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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헌법재판소 인근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 촛불·태극기 집회를 각각 안내하는 표지판이 부착돼 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촛불은 1번·6번! 태극기는 4번·5번!"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정된 10일 헌재 인근에는 예상대로 수많은 집회 인파가 몰려들었다. 혹시 모를 충돌에 대비해 수많은 경찰들이 대기 중이었고, 도로 곳곳은 차벽 등으로 차단돼 있었다.

선고가 예정된 오전 11시를 한 시간 가량 앞둔 오전 10시께 헌재와 가장 가까운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는 태극기를 든 무리와 '박근혜 퇴진' 피켓을 든 무리들이 한데 섞여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종착지는 달랐다.

탄핵에 찬성하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은 1·6번 출구로, 탄핵 기각·각하를 외치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4·5번 출구로 각각 향했다. 역에는 이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끊임 없이 흘러나왔고, 각 집회 측 관계자들도 지하철역에서부터 안내를 유도했다.

태극기를 손에 든 채 촛불집회쪽에 나타난 한 시민은 경찰관으로부터 "이쪽이 아니다"며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이 시민은 "촛불집회에서는 태극기를 들 수 없는 것이냐"며 "난 이쪽 참가자가 맞다"고 항의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헌재와 가장 가까이 닿을 수 있는 안국역 2번 출구는 이날 폐쇄됐다.

역을 빠져나온 이들은 대형 폴리스 라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 각기 집회를 가졌다. 한쪽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왔고, 다른 한 쪽에서는 애국가와 각종 군가가 흘러나왔다.

촛불집회 쪽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상당수 눈에 띈 반면, 태극기 집회 쪽에는 군복을 입은 시민들이 많았다.

아직까지 물리적 충돌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양쪽 진영에서는 각기 비장한 표정으로 잠시 후 헌재의 선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황성규·권준우·신지영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