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10일 탄핵 인용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됨에 따라 조기 대통령 선거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돌입했다.

작년 12월 9일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 석달 동안 이어져 왔던 조기 대선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서 대선주자들은 사활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다.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탄핵심판 선고 다음 날부터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만큼 각 주자는 전열을 가다듬으며 건곤일척의 전장으로 나선다.대선은 5월 9일이 유력하다.

정치권은 저마다의 셈법으로 대권을 거머쥐기 위한 전략 가동에 들어갔다.

야권은 탄핵 여세를 몰아 정권교체를 성취해내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한 반면, 여권은 '뒤집기'를 위한 반전 모멘텀 찾기에 부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탄핵 과정에서 확연히 갈라진 여론이 탄핵기각 세력의 불복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대선과정과 맞물리면서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순실 게이트가 결국 박 대통령 파면으로 귀결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치적 연대책임론을 내세워 범여권을 청산해야 할 적폐로 규정하는 기조를 대선까지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이를 통해 촛불민심에 부합하는 민주당 중심의 정권교체를 유권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 3명의 '블루칩'을 보유한 만큼 조기 대선이 정권교체를 위한 확실한 카드로 보고 있다.

여론조사 지표상 세 예비주자의 지지도 합계가 60%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선 같은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조기대선 확정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삼각 혈투'가 예상된다. 문 전 대표는 조기에 당 대선후보로서의 지위를 확보하고 본선 채비를 서두른다는 구상이지만, 안 지사와 이 시장은 결선투표를 통한 뒤집기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자유한국당은 대선체제 전환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국정농단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적 여론에도 탄핵인용의 부적절성을 주장하는 '태극기 여론'을 극대화하며 보수층 결집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자숙 기간'을 거친 뒤 대선준비단을 해체하고 선거관리위원회 가동에 들어간다. 경쟁력을 갖춘 잠재적인 보수 선두주자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전격적으로 당에 합류하고 홍준표 경남지사가 대선에 뛰어들 경우 보수세력 총결집으로 야권 후보와의 일대 결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범여권에 속하면서 최순실 파문 와중에 한국당에서 분화한 바른정당은 일찌감치 경선룰을 확정 짓고 '바람몰이'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의 젊고 합리적인 이미지 확산과 정책 대결에 승부를 걸고 있다.

제3지대 플랫폼을 표방했던 국민의당은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경선룰을 놓고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어 경선 자체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손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종인 민주당 전 대표의 탈당으로 꺼져가던 '제3지대 빅텐트론'의 불씨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조기대선 국면의 중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 전 대표와 바른정당 유승민·김무성 의원,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반(反)패권·개헌'을 명분으로 새로운 정치세력을 탄생시킨다면 대선지형은 또 다른 변곡점을 맞게 된다. 여기에 민주당 비문(비문재인) 의원들의 탈당에 따른 합류와 분권형 개헌에 공감하는 국민의당과의 연대 시나리오까지 무성한 상황이다.

한국당 역시 김 전 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반패권을 표방한 김 전 대표가 이에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시각이다.

결국, 전인미답의 조기 대선은 민주당 경선 결과, 황 권한대행의 여당행(行), 빅텐트론의 성사 여부와 규모에 따라 기상도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신지영기자·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