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이틀 만인 12일 청와대를 떠났다.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남겨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관한 불복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16분께 청와대를 떠나 20분여만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했다. 이는 지난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 후 청와대에 입성한 이후 4년만이다. 삼성동 자택은 박 전 대통령이 1997년 정치에 입문하고 4선 의원을 거치면서 줄곧 머물렀던 곳이다.
짙은 남색 외투를 입은 채 모습을 드러낸 박 전 대통령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대기 중인 800여 명의 지지자들을 향해 미소를 띠고 손을 흔들어 보이기도 했다.
현장에는 자유한국당 서청원·최경환·윤상현·조원진·김진태·이우현·민경욱 의원 등 대표적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비롯해 허태열·이원종·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탄핵심판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던 손범규 변호사 등이 함께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과 악수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등 시종일관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탄핵관련 별도의 직접적인 메시지 발표는 없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민 의원을 통해 대신 메시지를 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저를 믿고 성원해주신 국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이 모든 결과에 대해서는 제가 안고 가겠다"고 말했다고 민 의원은 전했다.
그러나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말도 덧붙여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점은 추후 논란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의종·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