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道 최대수혜지 주목
2002년께 전원주택 개발 시작
18가구 건물 안쪽 먼지만 가득
"굴다리 넘어가면 유령마을이 있어요. 벌써 6~7년은 됐지 아마…. 현대판 흉가가 따로 없다니까요. 한 번 가보세요. 등골이 오싹해요."
13일 오전 7시께 인근 부동산 업자들의 설명대로 수원시 송죽동 경기과학고등학교 옆 길을 따라 영동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니 오른편(송죽동 20 일대)에 건축물이 18채가량 모여있는 마을이 나왔다. 컨테이너 크기의 건축물들은 필지별로 1~2개로 구성됐으며 일부는 2층 구조였다.
건축물 주변에는 필지 경계를 나타내는 듯한 울타리가 쳐져 있었고 울타리 안에는 주차공간도, 우체통도 있었다. 처마 밑으론 탁자와 신발장, 빨래 거치대가 보였고 지붕에는 태양열 발전시설이 설치된 곳도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 요즘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하는 전원주택 마을 그 자체였다.
하지만 건축물 안쪽은 달랐다. 공터는 정돈되지 않았고 일부 쓰레기로 보이는 물건들이 쌓여있었다. 울타리에서 건축물로 향하는 길은 따로 없고 나무 등 조경시설들은 무질서하게 심어져 있었다. 건축물 출입구 앞의 운동화에는 먼지가 수북하고 주차공간은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유리창들은 깨져 있었으며 비가 샜는지 내부 천장은 얼룩무늬 천지였고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전선들, 마감없이 노출된 콘센트도 한 눈에 들어왔다. 도무지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볼 수 없는 상태였다.
실제로 일부 건축물은 정화조·가스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고 전기계량기의 수치도 평균치를 훨씬 밑돌았다. 광교산 자락에서부터 불어온 바람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부동산업자들의 말대로 그야말로 등골이 오싹한 '유령마을'이었다.
수원시 등에 따르면 이 일대는 지난 2002년께 광교산 중턱을 가로지르는 도시계획도로의 최대 수혜지로 주목을 받으면서 전원주택마을로 개발되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는 수원시가 대지의 용도변경 및 주택 건축을 허가해 지난 2010년께부터 건축물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은 극소수였다.
'유령마을'을 벗어나며 만난 한 주민은 "최근 들어 시설물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지 들락날락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사람이 살지도 않고 살 수도 없는 흉가 마을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9시께까지 마을에서 빠져나간 차량은 모두 세 대뿐. 이마저도 두 대는 한 집에서 나온 것으로 보였다.
/전시언기자 coo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