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을 둘러싼 학생과 학교 측의 대립양상이 가관이다. 터진 소화기 분말로 뿌옇게 뒤덮이고 물대포가 난무하는 모습은 대학캠퍼스라기보다 과격한 시위현장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이는 지난 11일 오전 서울대 본관을 점거한 채 150여 일간 농성을 벌인 학생들을 해산시키는 과정에서 일어난 추한 모습이다. 이날 학교 측 직원 400여 명은 사다리차 3대 등을 동원해 행정관 옥상과 정문을 통해 본관으로 진입, 농성 중이던 학생 30여 명을 끌어냈다. 이에 학생들은 소화기를 분사하며 재진입을 시도했고 직원들도 소화전 물을 뿌리며 맞섰다. 이 과정에서 학생 2명이 탈진하고 직원과 학생 여러 명이 경상을 입었다.
서울대생들이 시흥캠퍼스 조성에 반발해 본관점거 농성에 들어간 것은 지난해 10월. 그해 8월 시흥시와 맺은 '시흥캠퍼스 조성 실시협약'이 학생들과 소통 없이 진행됐다는 이유로 대학본부 본관점거 농성에 들어갔던 것이다. 농성은 무려 5개월 동안이나 지속됐고 농성 해산과정에서 결국 충돌이 빚어졌다. 소위 지성들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소화기와 소화전이 난무하는 현실을 학생과 교직원뿐만 아니라 캠퍼스가 조성될 시흥시 배곧신도시 입주예정자들도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날 학생들이 본관 퇴거를 발표하면서 농성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후유증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장기점거 농성으로 학교 측은 사업추진 등 행정 차질이 빚어졌고, 학생들은 총장의 사과와 책임자 징계를 요구하며 추후 대책을 논의 중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은 시흥캠퍼스 조성은 계속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대화와 소통으로 풀어내지 않는 한 시흥캠퍼스 조성을 둘러싼 학생과 학교 측의 대립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오는 2018년 3월 완공을 목표로 조성될 서울대 시흥캠퍼스는 시흥시가 지역발전을 위해 추진하는 역점사업이다. 서울대캠퍼스 조성과 함께 배후도시·서울대 병원까지 들어서게 될 경우 서해안 개발과 발전에 한몫을 하게 된다. 서울대나 시흥시엔 주요 사업이다. 학교와 학생, 시흥시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
[사설]서울대 시흥캠퍼스 조성갈등 소통으로 풀어야
입력 2017-03-13 23:04
수정 2017-03-13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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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14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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