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일대 도로공사 현장 3만여 곳에서 일반 아스콘을 주문받은 뒤 재생 아스콘을 납품해 300여억 원을 가로챈 업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6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사기) 혐의로 A 아스콘 업체 부회장 이모(44)씨 등 2명을 구속하고 임원 4명을 형사입건했다. 또 아스콘 배합성분 비율을 조작할 수 있는 전산프로그램을 A업체에 판매한 혐의(사기방조)로 프로그램 제작업자 김모(68)씨 등 2명을 형사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지난 2009년 1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동탄2신도시 등 3만 1천여 곳의 도로공사 현장에서 일반아스콘 대신 재생아스콘을 몰래 납품하는 수법으로 320만t(1천900억원 상당) 분량을 속여 300여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 등이 납품한 재생 아스콘은 폐아스콘에서 이물질을 제거한 골재로, 생산단가가 t당 5천~1만 2천 원 가량 저렴하다. 이들은 육안으로 재상 아스콘과 일반 아스콘을 분간하기 어렵다는 점을 노렸다.

이씨 등은 아스콘 생산 시 쓰인 원료의 배합성분 비율 등의 정보가 담긴 '생산일보'를 불법 프로그램으로 조작해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일보' 상 재생골재 사용량을 '0'으로 조작한 뒤 이를 거래처에 보여주며 의심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납품한 재생 아스콘은 LH, 한국도로공사, 대기업 건설사가 추진한 도로 개설 및 보수 공사에 다량 사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표층 시공에 재생아스콘이 사용되면 균열로 인해 골재가 아스콘에서 분리되거나 구멍이 생기는 현상이 조기에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혐의 일부를 부인하고, 구속된 A사 전 사장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으나 혐의를 입증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며 "환경부 등 관계기관에도 아스콘 폐기물 처리에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보완 조치를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황준성·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