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소개팅 자리 비운새

지갑·휴대전화 등 털어가
용의주도 이름조차 몰라
'아날로그식 절도' 성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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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애인 한 번 만들어 보려다 영혼까지 탈탈 털렸네요."

지난 4일 A씨는 수원시 인계동의 한 카페에서 스마트폰 랜덤채팅을 통해 알게 된 여성과 즉석만남을 가졌다가 지갑과 귀중품, 휴대전화 등을 모두 도둑맞았다.

A씨가 화장실에 가느라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여성이 A씨의 가방을 뒤져 소지품을 들고 달아난 것. 당황한 A씨가 뒤늦게 카페 직원들과 손님들에게 수소문을 했지만, 매장 CCTV 어디에서도 여성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A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용의자에 대한 정보를 묻는 경찰의 질문에는 한마디도 대답할 수 없었다. A씨 역시 이 여성에 대해 아는 건 휴대전화 앱을 통해 몇 마디 주고받은 대화가 전부이기 때문이었다.

A씨 휴대전화 속 앱 대화기록이 유일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용의주도(?)하게도 이 여성은 A씨 휴대전화까지 들고 사라진 뒤였다. 뒤늦게 다른 휴대전화에 해당 앱을 설치해 봤지만 상대가 무작위로 결정되는 랜덤채팅 특성상 대화기록은 복원되지 않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도 여전히 조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랜덤채팅을 통한 보이스피싱이나 몸캠 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이와 함께 익명성을 이용한 아날로그식 절도 행각도 함께 성행하고 있다.

주로 성매매를 하려다 신상정보가 공개돼 피해를 당하는 보이스피싱 등과 달리 A씨처럼 즉석만남 이후에 이뤄지는 범죄는 순수하게 만남을 목적으로 응했다가 범죄 피해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 관계자는 "만남을 갖기 전 연락처나 이름 등 기본적 인적사항은 파악해두는 것이 좋다"며 "또 낯선 만남인 만큼 귀중품 관리도 철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