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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8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검찰은 이달 21일 박 전 대통령 대면 조사를 앞두고 최 회장이 2015년 특별사면 된 이후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하는 등 정권 사업을 적극 지원했다는 이른바 '사면거래' 의혹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치는 검찰이 청와대와 SK그룹 간 '부당 거래' 의혹을 정조준하며 뇌물죄 입증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검찰과 재계에 따르면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날 오후 2시께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소환해 조사 중이다. 1기 특수본 수사가 진행되던 작년 11월에 이어 넉 달 만에 다시 검찰청에 나온 것이다.

검찰은 최 회장의 신분에 대해 "일단 참고인"이라고 말했다. 조사 과정 또는 그 이후에라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읽힌다.

검찰은 SK가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111억원을 대가성 있는 뇌물로 볼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애초 1기 특수본은 작년 10∼11월 수사 때 SK 등 대기업을 상대로 박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등이 공모해 강압적으로 출연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강요 등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이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의 재단 출연금 204억원을 경영권 승계에 정부의 조직적 지원을 받는 대가로 해석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기소 하면서 법리 구도가 달라졌다.

검찰이 특검의 시각을 받아들여 1차 수사 때와 달리 적극적으로 뇌물죄를 검토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수사팀 관계자가 최근 취재진에 "작년 1차 수사 때와 불일치한 부분이 좀 있고 추가 확보된 증거자료를 확인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검찰은 2015년 8월 최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과 작년 상반기의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선정 계획 및 주파수 경매 특혜, CJ 헬로비전 인수·합병 등 여러 경영현안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SK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2015년 7월과 작년 2월 두 차례 박 전 대통령과의 개별 면담에서 이와 관련한 부정 청탁이 있었는지도 핵심 수사 대상이다. 1차 면담엔 김창근 당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2차 면담에는 특사 이후 경영에 복귀한 최 회장이 각각 참석했다.

2차 면담 직후 K스포츠재단 주도로 SK와 추가 지원 협상을 벌이는 과정도 뇌물 수사의 포인트로 꼽힌다. 당시 K스포츠재단은 SK에 80억원의 추가 지원을 요청했으나 SK 측이 난색을 보이자 액수 등을 놓고 협상을 벌이다 결국 없던 일로 했다.

검찰이 삼성처럼 특정 사안이 아니라 특사와 각 경영현안, 두 차례 독대, 재단 출연 등을 하나로 묶어 포괄적 대가 관계를 구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검찰은 최 회장 조사를 통해 SK가 제공한 출연금의 성격을 확정할 방침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 관련 혐의사실이 추가되는 것은 물론 최 회장도 강요 피해자에서 뇌물공여 피의자로 바뀔 여지가 있다.

박 전 대통령 소환조사(21일)를 불과 사흘 앞두고 서둘러 최 회장을 부른 것도 다분히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뇌물 혐의의 사실관계를 다지려는 포석으로 읽혀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앞서 검찰은 김창근 전 의장과 김영태 전 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부회장), 이형희 SK브로드밴드 대표이사 사장 등 SK 전·현직 고위 임원 3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으나 이들은 출연금 등의 대가성을 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SK 측은 재단 출연금 및 추가 지원 의혹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 요청으로 낸 순수 지원금이며 대가성은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우선 특사와 관련해 "김창근 전 의장이 1차 독대 때 총수 부재 장기화로 대규모 투자 결정이 지연되는 등 경영 공백을 하소연한 것으로 안다. 그룹 2인자로서 총수 부재에 따른 고충을 호소하고 도움을 청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부정 청탁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면세점 사업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면세점 사업 로비용으로 출연금을 냈다면 워커힐이 면세점 심사에서 3번 연속 떨어졌겠느냐. 또 2차 독대에서 면세점 관련 청탁이 있었다면 그 후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 요청을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검찰은 삼성, SK와 마찬가지로 롯데와 CJ 쪽 출연금에 대해서도 뇌물 의혹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본격적인 수사 여부와 시점, 수위 등은 유동적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