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서울중앙지검 포토라인에서 박 전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다"는 두 문장짜리 입장을 밝혔다.
TV로 박 전 대통령 출석과정을 지켜본 시민 이모(30)씨는 "실망스럽다"면서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는 부분도 없고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의 한 IT업체에서 일하는 나모(27)씨는 "저럴 거면 왜 미리 입장표명하겠다고 밝혔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치과의사인 김인석(31)씨는 "결국 포토라인에 서서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말하는 박 전 대통령을 보니 '진작 특별검사 수사에 응하지'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또 거짓말을 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화가 났다"고 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은 "국민이 분노하며 생중계로 지켜보는 상황에서 혐의가 13개 이상인 파면된 대통령이 하나 마나 한 입장발표를 했다"면서 "사실상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조지아주에 사는 유학생 유모(30)씨는 "왜 대통령이 탄핵까지 당했는지 이유를 묻는 외국 친구들에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면서 "이제라도 박 전 대통령이 진실을 밝혀 벌 받을 사람은 모두 벌 받아 '한국은 정의로운 나라'라고 설명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선고도 다른 유학생들과 함께 생중계로 봤다는 유씨는 이날 박 전 대통령 검찰 출석과정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봤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비교적 짧은 입장표명에 대해 "이해한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였다는 박모(40)씨는 "어떤 표현·용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여러 논란이 일어날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보니 길게 말하기보다는 성실하게 조사받겠다는 점만 부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도 "앞서 박 전 대통령이 '진실은 밝혀진다'고 했는데 본인이 억울하고 죄가 안 된다는 혐의가 있다면 검찰에서 속 시원하게 소명했으면 좋겠다"고 진실을 밝히길 요구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입장표명을 한 것이 중요하지 길이가 길고 짧은 것은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면서 "박 전 대통령의 출석이 진실이 밝혀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 대통령의 검찰 출석과정을 지켜본 공무원들은 착잡해 했다.
한 경제부처 공무원은 "대통령도 아니고 전 대통령인데 공무원 심정이 특별할 것이 있겠냐"며 다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고는 "국정현안이 산적했으니 현재와 같은 혼란이 빠르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른 공무원은 "대통령이 탄핵당하면서 정부의 지난 4년간 노력과 정책도 함께 폄훼되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하고 상실감도 크다"면서 "박 전 대통령이 모든 혐의에 대해 투명하게 소명하고 국민의 평가를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