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러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순경(여경) 필기시험이 '총체적 부실'속에 진행된 것과 관련, 경기북부경찰청이 해명에 나섰지만 오히려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사자인 수험생들은 향후 채용 절차에서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우려해 정식 이의제기 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20일 경기북부경찰청 홈페이지에 올라온 '2017년도 1차 경기북부 여경 시험 논란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에 답글 형식으로 해명 글을 게시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이를 통해 잘못된 답안지를 배부해 시험시간이 지연(40분)되고 파본 검사 후 수험생들에게 화장실을 다녀올 수 있도록 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연됨에 따라 그대로 시험을 진행하면 장시간 화장실을 갈 수 없다"며 "수험생을 배려하기 위한 조치"라고 해명했다.

또 1개 교실에서는 시험을 먼저 진행한 점도 인정했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시험관리본부에서 시험시간 연장 안내방송을 했으나 1개 교실에서는 이를 인식하지 못해 먼저 시험을 진행했다"면서 "시험시간은 전 교실이 동일하게 100분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기북부경찰청의 이 해명이 경찰공무원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정보를 교류하는 포털사이트 카페에 알려지며 논란은 가중되고 있다.

수험생들에 대한 정식 사과나 이번 사안과 관련한 조치에 대해서는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다.

카페 회원들은 "진짜 무책임한 답변" "사람 인생이 달린 시험인데…" "정말 이게 답변입니까?? 오마이갓"이라는 등의 내용으로 해명에 대해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수험생들은 아직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낮 12시부터 19일 자정까지로 한정된 경찰시험 원서접수 사이트의 '필기시험 이의제기' 코너에 접수된 이의는 한 건도 없었다. 경기북부경찰청에 따로 수험생이 직접 접수한 민원도 없었다.

이와 관련, 향후 필기시험에 합격하더라도 신체·체력검사와 면접시험 등의 절차에서 자신이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일찍 시험을 시작한 고사장에서 시험을 치렀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수험생은 카페 게시판에서 "먼저 푼 반 수험생들은 자기들 이익이니 입 다 닫고 있을 거라 그러는데 당사자도 어이없고 화나요"라면서 "다들 문제 제기로 불이익 있을까 봐 눈치 보는 것 뿐"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번 시험과 관련, 현재는 필기시험 합격 여부가 나오지 않아 정식 문제제기가 없지만 향후 법정 소송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법률사무소 '감동'의 이민정 노동전문 변호사는 "필기시험에 떨어진 수험생이 불합격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지만, 해당 관리감독 행위가 시험 당락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정확히 입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변호사는 "다만 불합격자가 감독관이나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달로 개청한 지 1주년을 맞은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해 7월에 이어 이번에 두번째로 순경 채용시험을 치렀다.

이번 채용(2017년 1차)에는 남경 198명 모집에 4천957명이 지원하고, 여경 8명을 뽑는 데 786명이 지원했다. 남·여경 각각 경쟁률은 25대 1, 98대 1을 기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