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 된 아이들 세상에 질문 던지듯
세월호의 슬픔·원망·가여움·분노 떠올라
수많은 의혹들 밝히고 더 당당하게 살아야

2017032601001899300092621
박상일 경제부장
아프다. 슬프다. 가슴이 무겁다. 어두운 물속에서 세월호와 함께 슬픔이, 원망이, 가여움이, 분노가 끌려 올라왔다. 세월호를 가득 채운 바닷물의 무게보다도, 세월호의 그 커다란 동체의 무게보다도 더 무겁고도 무거운 감정들이 세월호와 함께 물 밖으로 나왔다. 1만t이라는 세월호의 물리적인 질량인들 국민들의 가슴에 얹힌 무거움에 비할 수 있으랴. 그렇게 무겁고도 무거운 것들을 끌어안고 세월호는 3년 만에 캄캄한 어둠 속에서 떠올랐다.

이제 세월호는 육지로 향한다. 켜켜이 쌓인 원망과 함께 커다란 반잠수 선박에 실려 목포 신항으로 온다. 녹슨 세월호 안에서 무엇이 나올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세월호 안을 가득 채운 원망과 분노의 폭탄이 무엇으로 점화돼 얼마나 큰 폭발을 일으킬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그 무시무시한 잠재력을 알기에 정치권이 숨을 죽인다. 가만히 지켜보며, 빌고 또 빈다. 그동안 원망을 품은 채 굳어버린 국민들의 가슴이 또다시 조각조각 부서지고 찢어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 달라고. 이제 그만 좀 아프게 해 달라고.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고은의 대사였던가. "남은 사람은 또 열심히 살아야 해요. 가끔 울게는 되지만, 또 많이 웃고 또 씩씩하게. 그게 받은 사랑에 대한 도리예요."

우리를 사랑했던, 그렇게 빛나게 웃던 아이들은 하늘의 별이 되었다. 그 아이들이 사랑했던 우리는 이렇게 남았다. 우리의 슬픔이 하늘에 닿으면 그 아이들이 또 얼마나 가슴이 아플까. 그래서 우리는 더 열심히, 더 씩씩하게 살아야 한다. 그게 아이들에게 할 수 있는 도리이니까.

씩씩하게 산다는 것은, 열심히 산다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산다는 것이다. 아파서 피하고, 슬퍼서 피하고, 두려워서 피하는 것이 어찌 씩씩한 삶일까. 그래서 세월호를 겹겹이 휘감고 있는 수많은 의혹들은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그것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모른다. 하지만 별이 된 아이들과 남겨진 우리들이 억울하지 않고 슬프지 않고 어색하지 않게 그것들을 꺼내 놓은 후 갈무리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훌훌 털고 씩씩해질 수 있으니까.

참 묘하게도 세월호는 탄핵과 대선이 얽히고 얽힌 복잡한 와중에 세상에 나왔다. 기다리고 있다가 때맞춰 나온 것처럼. 마치 "자 이제 어떻게 하실래요?"라고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대답을 해야 하는 것은 우리다. 대답을 해놓고, 또 그 대답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도 우리다.

대답은 저마다 다를지 모르겠다. 애초에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어찌 됐든 우리는 이제 행복해질게. 더 슬프지 않고, 더 아프지 않고, 이제 행복 할게. 너희들이 우리를 걱정하지 않고 웃을 수 있게."

참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 살고 있어서, 그래서 아이들이 보기에 너무도 슬프고 아파서, 그건 아이들이 원하는 모습이 아니라서, 그래서 "이제 행복해지겠다"고 대답하고 싶다. 우리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는 아이들이 같이 행복해져서 밤하늘에서 빛날 수 있도록.

힘겨운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하늘을 보자. 별이 된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음을 늘 기억하자. 그리고 세월호에서 눈을 돌려 우리를 보자. 우리 곁에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엄마 아빠를 바라보는 또 다른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에게는 행복해질 권리가 있고, 우리는 그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니까 광화문을 가득 채웠던 촛불이, 또 다른 곳에서 휘날렸던 태극기가 다시 필요해지지 않게 하자. 또다시 촛불을 켜야 하는 것은, 태극기를 들어야 하는 것은 슬픔이고 불행이다.

/박상일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