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성매매 동영상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재무관리 임원을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조사부(이정현 부장검사)는 최근 CJ그룹 계열인 CJ헬로비전 성모(51) 부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관련 사건으로 검찰에 나온 CJ그룹 최고위 인사다.

검찰은 성 부사장을 상대로 성매매 동영상 제작·유포에 그룹 차원의 개입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CJ그룹 배후설'의 진상을 본격적으로 들여다본다는 의미로 해석돼 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성 부사장은 최근 10여 년간 CJ그룹 회장실의 재무 담당 상무와 부사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 재무관리 업무를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이재현 회장의 비자금 의혹에도 연루돼 기소됐으며 2015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확정됐다. 이 회장의 국내외 차명재산을 관리했다는 설도 제기된 바 있다.

검찰은 지난 13일 성 부사장의 사무실 등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그는 동영상 촬영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CJ제일제당 부장 출신 선모(56)씨 일당으로부터 금품 요구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받은 것으로도 알려졌다.

선씨의 친동생(46)과 이모(38)씨 등이 성 부사장을 통해 동영상을 미끼로 5억원 이상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절했다는 게 CJ 측 공식 입장이다.

선씨 일당은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이건희 회장 자택과 논현동 빌라에서 동영상을 촬영했다.

동영상에는 이 회장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여성들에게 돈 봉투를 건네고 성관계를 암시하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이 담겼다.

당시는 이 회장과 친형인 이맹희(2015년 작고) CJ그룹 명예회장 사이에 상속 재산 다툼이 본격화하던 때다.

특히 수사 과정에서 CJ 직원인 선씨가 동영상 촬영의 주범으로 드러나며 CJ 측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증폭됐다. 선씨는 지난달 25일 구속 직후 사직했다.

이에 대해 성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동영상 촬영에 CJ는 전혀 관여한 바 없다"며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성 부사장의 피의자 전환 가능성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선씨 일당이 삼성 측도 접촉해 사건 무마 명목으로 수억원을 뜯어낸 단서를 포착하고 자금 출처 등을 확인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