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이 중징계를 받았다. 지난 2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대우조선해양의 5조7천억원 분식회계와 관련, 안진이 조직적으로 묵인·방조·지시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장기간 대우조선을 감사해왔음에도 부실감사가 시정되기는커녕 심지어 거짓 감사자료를 제출해 금융당국까지 기만하는 등 죄질이 나쁘다고 봤다.
증선위는 안진에 대해 오는 4월 5일부터 내년 4월 4일까지 1년 동안 주권상장법인, 감사인 지정회사, 비상장 금융회사의 감사업무를 신규로 맡을 수 없도록 했다. 또한 안진의 클라이언트 기업들 중 재계약시점이 도래한 3년차 상장회사들도 외부감사인을 변경하도록 조치했다. 증권신고서 거짓기재에 따른 과징금 16억원 부과 및 손해배상공동기금 추가적립 100%와 향후 5년 동안 대우조선해양 감사업무제한조치 등도 곁들였다.
안진은 폐업이란 최악의 사태는 면했다. 주요사업인 세무대행과 경영컨설팅은 물론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비상장사에 대한 감사업무는 지장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금감위가 비록 영업정지라는 극약처방을 내렸지만 기존 기업들과의 재계약은 유지할 수 있는 '틈'을 남겨둔 것이다. 세계 1위의 글로벌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와의 제휴에 대해서도 로저 다슨 딜로이트 부회장은 안진과의 계속 제휴를 공언했다. 이번 조치로 안진이 받을 타격은 연 매출 3천억원의 5%정도인 외부감사 수입 감소뿐이다. 시장의 신뢰를 잃은 만큼 정상화까지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나 생존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우조선의 경우 수조원대의 회계사기로 실적을 부풀리다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친 것도 기가 막히는데 지금은 국민세금으로 임직원들의 월급을 주는 것도 모자라 '나랏배'까지 발주해 생명을 연장해주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과거 분식회계 감사소홀로 징계를 받았던 산동, 청운, 화인회계법인 등은 모두 파산이라는 극형을 받았다. 국내 회계업계조차 안진에 대한 '봐주기 처벌' 논란을 우려하는 지경이다. 국민들의 강도 높은 회계투명성 제고 여망을 외면한 모든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할 것이다.
[사설]국민 정서 외면한 대우조선 회계업체의 징계
입력 2017-03-26 23:03
수정 2017-03-2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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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2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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