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제2영동고속도로 2공구 공사를 맡았던 협성종합건업이 임대토지를 엉터리로 원상복구, 피해를 입은 백모(68)씨가 28일 광주시 곤지암읍 삼합리 자신의 땅에 쌓여있는 폐기물과 제2영동고속도로를 번갈아 보며 한숨짓고 있다. /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

"원상복구해 주겠다더니…, 1년 농사 다 망치게 생겼습니다."

28일 오후 광주시 곤지암읍 삼합리의 한 농지. 논갈이를 하고 비료를 뿌리는 등 농사 준비에 한창인 주변 땅과 달리 6천800여㎡에 이르는 이곳은 흙무더기와 PVC 폐기물이 어지러이 널린 채 방치돼 있었다.

예전 비옥했던 흙에는 시멘트 조각과 돌무더기가 군데군데 섞여 농사가 불가능한 상태였고, 농지 둘레의 산업용 플라스틱 배수로에는 썩은 물이 고여 있었다.

이곳은 지난 2012년 2월 제2영동고속도로 2공구의 시행을 맡은 (주)협성종합건업(이하 협성종건)이 현장사무소를 차리기 위해 토지주 백모(68)씨에게 5년간 임대한 뒤 지난달 20일 반납한 땅이다.

당시 협성종건은 백씨에게 임대료 1천여만원을 지불하며 계약만료 시 토지를 원상태로 복구시켜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반납 후 한달이 넘은 현재까지 해당 토지에는 폐기물이 방치돼 있고 수평화도 이뤄지지 않는 등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상태다.

같은 시기에 임대가 이뤄진 인근 윤모(82)씨의 토지 4천900여㎡도 사정은 마찬가지. 논농사를 짓던 이곳 역시 1m 높이의 흙무더기가 군데군데 쌓여있고 시멘트 조각도 빼곡히 널려 있어 고령의 윤씨가 일일이 손으로 시멘트 조각을 치우고 있는 실정이다.

백씨 등은 수차례 해당 업체에 항의했지만, 협성종건은 '토지 복원을 하청업체에 맡겼으니 그쪽으로 문의하라'고 책임을 전가했다. 특히 광주시에도 민원을 넣었지만 '실사 확인을 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윤씨는 "비료를 치고 농사를 준비해도 모자랄 판에 곡괭이를 들고 다니며 돌을 치우는 게 일상이 됐다"며 "상대가 힘없는 노인들이니 대기업과 시 모두 일을 대강 처리하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취재가 시작되자 협성종건 측은 곧바로 해당 토지의 복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협성종건 관계자는 "토지 복원을 하청업체에 일임했는데 주민들의 요구에 맞게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며 "늦어도 다음 주까진 제대로 복구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심재호·권준우기자 junwo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