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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3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영장을 발부한 것은 국정농단 사태로 재판중인 '40년 지기' 최순실(61)씨와의 공모 관계가 어느 정도 인정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장시간의 기록 검토를 끝낸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우려가 있다"고 구속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사안의 중대성 등 검찰 주장을 상당수 받아들여 구속 수사의 필요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대기업들에서 774억원에 이르는 거액의 재단 출연금을 강제 모금했다고 판단했다.

이 같은 행위는 헌법상 보장된 기업의 자율권과 재산권을 침해한 것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유를 영장 청구서에 그대로 적었는데, 법원도 이를 무겁게 받아들였다는 해석이다.

검찰은 이 중 삼성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등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해 이재용 삼성 부회장으로부터 뇌물로 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이 재단 출연금으로 낸 돈은 강요에 의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동시에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도움을 기대하고 건넨 뇌물 성격도 동시에 있다고 본 것이다.

법원은 영장 발부 사유에 개별 혐의에 대한 판단을 적시하진 않았지만, 이 부분 역시 일단 검찰 측 주장에 무게를 실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검찰은 최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대통령 지시에 따라 움직인 인사들이 대거 구속된 만큼 박 전 대통령 자신도 형사 처벌을 피할 수 없다는 논리도 폈다. 이런 '형평성 주장'도 구속 판단에 적잖이 영향을 미쳤을 거란 분석이다. 이미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지긴 했지만 법적 책임과는 별개의 문제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에 이르기까지 혐의를 줄곧 부인한데다 정치적 영향력이 여전히 막강해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영장발부 판단 근거가 됐을거란 추측이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의 신병 구속을 곧바로 '혐의 유죄'로 연결짓는 건 무리가 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 때문에 구속되는 것과 실제 재판에서 여러 쟁점을 다투는 건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수사 단계에서의 구속 영장은 어느 정도의 혐의 소명이 전제되고 증거 인멸 우려 등 구속 사유가 인정되면 발부된다.

하지만 실제 피고인의 유무죄를 다투는 형사 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 가능성을 남기지 않도록 철저하고 엄격하게 범죄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유죄 판결 확정 전에는 무죄로 추정하도록 한 헌법 27조는 박 전 대통령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