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내용을 수주 업체가 만들어
사전에 교감 '짜고 친 것 아니냐'

"도와준 전문가 그 회사 입사 우연"
"전문지식 부족한 공무원 도운 것"
道 해명과 전직 도의원 말 안맞아


경기도가 전직 경기도의원이 운영하는 페이퍼 컴퍼니 추정 업체에 미세먼지와 관련한 전관예우 연구용역을 맡겨 부실 보고서를 생산했다는 논란(3월 30일자 1·3면 보도)이 일고 있는 가운데, 용역 입찰의 핵심인 과업지시서까지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작성된 것이 확인됐다.

연구용역에서 수행해야 할 내용인 과업지시서를 용역을 수주한 업체가 작성해 도에 제공했고 도는 이를 토대로 입찰공고를 내, 입찰 전 사실상 용역을 맡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2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8월 '적정기술을 이용한 미세먼지 저감방안 연구'에 대한 입찰을 진행하며, 이에 대한 과업지시서를 제시했다.

과업지시서란 입찰 공고 시 연구 목적에 맞는 용역 입찰이 이뤄질 수 있도록, 행정기관이 가이드라인을 내놓는 것이다.

입찰 희망 업체들은 과업지시서를 바탕으로 자신들이 수행해야 할 업무를 파악하고, 연구 수행 결과도 과업 지시서를 중심으로 평가받게 된다.

미세먼지 용역 과업지시서에도 '경기도 대기오염 및 미세먼지 대책 평가 및 문제점 파악', '미세먼지 저감 적정기술 공모전, 전시회 추진방안' 등 용역 목적과 도출돼야 하는 결과 등이 세세하게 담겼다.

하지만 전관예우 논란을 빚은 미세먼지 연구용역은 연구기관에 지시를 내려야 할 도가 아니라 전직 도의원 A 씨가 운영하는 업체 S사가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입찰 수주를 한 업체가 사전에 도와 교감하고, 과업지시서까지 작성해 준 셈이다. 당시 입찰에 참여했던 다른 업체들도 "관례에도 없는 일"이라며 당혹해 했다.

도는 이에 대해 "민간에서 활동하는 적정기술 전문가에게 과업지시서를 작성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제공받고 조언을 들었는데, 그 이후 공교롭게 그 전문가가 S 사의 책임 연구원으로 입사하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전직 도의원 A씨는 "도 공무원들은 미세먼지나 적정기술 등 전문 지식이 없기 때문에 과업지시서를 작성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우리 업체에서 대신 작성해줬다"고 말해 도의 해명과는 엇갈렸다.

/강기정·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