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의 평화훈풍! 한반도로 세계로'란 슬로건을 내건 이번 추념식에는 맑은 날씨 속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등 정부 인사와 유족, 도민, 각계 인사 등 1만여명이 참석해 희생자를 추모했다.
오전 10시 시작된 본행사는 국민의례와 묵념, 헌화·분향, 4·3희생자유족회장과 제주도지사 인사말, 경과보고, 대통령 권한대행 추념사 등 순서로 진행됐다.
황 권한대행은 추념사에서 화해와 상생의 4·3 정신을 강조하며 "위기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국민적 화합과 통합으로 우리의 국가역량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금 안보,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특히 북한의 무모한 도발책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최근 일련의 사태로 확대된 사회적 갈등과 분열 양상도 심각하다"며 "화해와 상생 정신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는 희망의 에너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제주가 국내외적 여러 상황으로 외국인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 다변화, 국내 관광 활성화, 관광업계 긴급경영지원 등을 통해 관광산업이 다시 도약하도록 하고 신항만과 제2공항 건설 등 인프라 구축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양윤경 4·3희생자유족회장은 "암울했던 과거사를 청산하기 위해서는 인권 침해의 중대 과실을 범한 국가가 피해자에게 법적인 배·보상의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며 "4·3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미국의 책임을 묻는 작업도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대선을 한달여 앞둔 가운데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심상정 정의당 대표 등 대선 주자들과 추미애 민주당 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병국 바른정당 전 대표 등 각 정당 지도부도 참석해 헌화·분향하며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과 도민을 위로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장휘국 광주시교육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 등 타 시·도 교육감들도 추념식에 참석해 헌화·분향하고 4·3평화인권교육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추념식에 앞서 불교, 원불교, 개신교, 천주교는 종교의례를 거행했다. 제주도립 제주·서귀포합창단은 해병대 제9여단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빛이 되소서'를 합창했고, 제주도립무용단은 진혼무를 공연했다.
추념식 전후로 유족과 도민들은 위패봉안실과 행방불명인 각명비를 찾아 헌화하고 각명비와 위패를 닦으며 희생자를 추념했다.
제주뿐 아니라 서울(서울제주특별자치도민회 ☎ 02-3662-2650)에는 오는 5일까지, 부산(부산제주특별자치도민회관 ☎ 051-417-7900)에는 오는 4일까지 분향소가 설치돼 4·3 희생자를 추모하고 위령할 수 있도록 참배객을 맞이한다.
오는 22일에는 일본 도쿄 니포리써니홀에서 4·3 추모행사가, 23일 오사카시립 이쿠노구민센터에서는 재일본 4·3 희생자 위령제가 각각 열린다.
정부는 4·3사건이 발발한 4월 3일을 2014년 국가 기념일인 '제주 4·3희생자 추념일'로 지정하고 매년 국가의례로 추념식을 봉행하고 있다. /연합뉴스